커피쟁이의 다락방

 

 

남들은 덕수궁에 무엇을 보러 갈까...? 나는 이 석어당을 보러 간다.

단청이 화려한 궁궐 전각들 사이에서 홀로 단청 없이, 그래서 더 고고하고 깊이 있어 보이는 석어당은 얼마를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그 날도 덕수궁 대한문을 들어선 내 발길은 바로 석어당이 제일 잘 보이는, 중화전의 뒤쪽 월대로 향했다. 거기에 앉아서, 넘어가는 햇살이 미묘하게 메이크업해주는 석어당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해가 다 넘어갈 때까지 거기에 앉아 있었다. 평온함을 주는 석어당의 해질녘 풍경이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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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 쨍쨍하더니 해가 기울면서 빠르게 안개가 끼었다. 저 멀리 네 겹 지어 보이는 산자락이 더 아스라해졌다. 고산병이 오는 것 같다며 엄살을 부릴 정도로 힘들게 올라온 정자이기도 하고, 저 아스라한 산자락들이 보기 좋아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청평사를 욕심내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청평사를 남겨두어야 다음 여기에 또 오지... 늦게 도착하기도 했지만, 이제 문 닫는 시간이니 나가야 한다는 방송이 나올 때까지 그렇게 앉아 있었다. 고요하고 평온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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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고 해도 낮으로 더워서 실감하지는 못하고 지냈는데, 불쑥 떠난 춘천 실레마을에서

가을을 만났다. 어쩌면 저렇게 알차게 익을 수가... 광이 날 정도로 잘 익은 밤을 쳐다만 보기

아까와 사진으로 남긴다. 2014년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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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풍경2

찍고 보고... 2014. 6. 21. 21:02

 

6월초 선거한 날, 오후에 관악산 둘레길을 걸었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도

오르기 힘들다는 이유로 자주 가게 되지는 않는 관악산.

이제는 둘레길이 생겨서 정상 등극의 부담 없이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코스 방향을 반대로 잡아

계속 오르막 계단이 이어지는 고행이...ㅠㅠ

맑은 하늘과 저절로 심호흡 하게 만드는 싸한 숲 냄새 덕분에

5km를 끝까지 걸을 수 있었다.

둘레길의 거의 끄트머리에서 만난 초대형 야생버찌나무는

그날의 디저트였다.

 

병든 소나무를 잘라놓은 것 같았는데,

비 온 후라 그랬는지 나이테의 모양이 유난히 선명했다.

 

이 아이는 24까지 세다가 포기했다.

이렇게 동글동글한 문양이 겹친 것은

세다 보면 내 눈이 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것 같아서

속이 울렁거린다...ㅠㅠ

 

이 날의 둘레길 트레킹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소는

바로 여기.

둘레길이 거의 끝날 시점,

수풀 사이로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걷다가

어느 순간 시야가 탁 트였는데...

눈 앞에 이렇게 장대처럼 끝도 안 보이게 뻗은 나무들이 있었다.

순간...

북미나 캐나다 어느 산간마을에 온 줄 알았다.

이 숲 속의 벤치에 앉아 하늘을 우러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내가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

숲이 나를 품에 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

그 안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가 결국 발 디디고 살아야 할 곳은

저기 저 번잡한 세상 속...ㅠ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야 했다.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던 숲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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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풍경1

찍고 보고... 2014. 6. 21. 20:37

 

다시 아이 영재원 가는 날.

이제는 아이를 데려다 주는 길에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고 나선다.

가는 길에 통과하는 큰 단지의 아파트에는 나무가 많아서

이렇게 비온 다음 날에는 수풀 향기도 좋고 볼거리도 많다.

영재원의 꽃밭도 갈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은 새롭게 연꽃 봉오리가 올라와 있었다.

 

옆에서 보니 이런 모습.

꽃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이렇게 살짝 벌어진 꽃봉오리는 참 신비로운 느낌이다.

우주가 열리는 느낌...?

 

그 우주가 열리면 이럴 것이다.

이건 지난 달에 연꽃 피었을 때 찍어 둔 사진.

 

가까이서 보면 이런 모습.

나는 자잘한 꽃이 여러 송이 있는 것보다

이렇게 크고 화려한 꽃 한 송이만 있는 것에 더 시선을 빼앗긴다.

압도 당하는 느낌...?

너, 참 예쁘구나!!!

 

5월말에는 영재원의 느티나무가 이렇게 싱그러운 연두빛이었는데,

오늘은 누가 봐도 초록색이었다.

여름이 온 것이다.

 

허브들을 이것저것 만져보며 향기에 빠져있다가 발견한 아이.

얘도 불한당(?ㅠㅠ)의 습격에 놀랐는지 자꾸 숨으려 했다.

해치지 않을게, 사진 한 장만...

애걸해서 찍을 수 있었던 사진.

 

석류꽃이 무척 싱싱해 보였다.

나중에 열매도 아주 탐스럽게 열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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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넝쿨장미인데...

맑은 하늘이 배경이 되어줘서 더 돋보이는 게지.

 

 시클라멘이었던 것 같아.

꽃에 관심 없는 건 여전...ㅠㅠ

 

 역시 시클라멘.

아이 영재원 중앙현관에 이런 관리 잘 된 식물 화분들이 여러 개다.

영재원 원장님이 식물에 관심이 많으신 분인지라...

아이와 함께 식물들을 구경하다가 몇 번 인사드렸더니

이제는 구면이 되었다.

 

 오늘 새롭게 발견한 영재원의 거주자들.

꽃밭의 에어콘 실외기 아래에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 발견한 것은 얼룩 고양이 새끼 하나였는데...

없는 듯 조용히 서서 지켜보니 새끼 세 마리에,

이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조금 떨어진 자리에 매서운 눈빛을 한 어미 고양이가 있었다.

원장님께, 꽃밭에 길고양이 가족이 있네요, 했더니

쫓아도 자꾸 돌아와서 산단다.

쫓아달라는 의미가 아니었는데...

2주 전에는 없었는데 새로운 가족이 보이기에 신기해서 이야기한 건데,

새끼들이 좀 클 때까지만 살게 두면 좋겠다.

새끼 세 마리가 다 나와서 계속 저렇게 장난치는 걸 보니

날이 다 풀렸나 보다.

 

 원장님이,

잎이 작아도 연이라고, 꽃이 참 예쁘다고 하시더니

드디어 꽃이 피었다.

그나저나 여기에 한가득 있던 올챙이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신기하게도 꽃잎 가장자리가

올 풀린 원단 가장자리와 똑같다.

꽃도 귀여웠지만,

꽃잎 가장자리 모양을 열심히 설명해주시는 영재원 원장님이

더 귀여웠다.

60은 넘으신 것 같았는데도...ㅎㅎㅎ

역시 사람은 열정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화분들 중에 허브가 종류별로 심어진 것들이 있었는데,

이것은 라벤더.

허브들은 그냥 코를 대로 킁킁거려서는 향기를 잘 모르겠는데,

손으로 살짝 만져서 냄새 맡아보니 진한 향기가 났다.

순수한 각자의 향기가 신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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