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원래 기다림에 취약하여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이 못 되는데,

모임 때문에 본의 아니게 맛집에서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 점심을 먹은 이 집도

부천에서는 유명하다는 식당이랜다.

인터넷에서

'작동 홍두깨 칼국수'를 검색하면 기사가 좌르르...

솔직히

해물의 신선도에 예민한 나는

칼국수 국물맛은 soso...

그저 오만둥이를 많이 썰어넣어서 그거 건져먹는 재미에

제일 마지막까지 젓가락을 놓지 못했다...ㅎㅎㅎ

미더덕, 그리고 그 형제쯤 되는 오만둥이, 개불을 좋아한다는...

같이 먹은 왕만두도 그다지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다.

그런데 저 보리밥!!!

에피타이저처럼 칼국수 육수가 끓는 동안 먼저 주는데,

딱 저렇게 준다.

어떻게 먹으라는 걸까 싶어서 곁눈질해 보니,

저 상태에서 그냥 비벼 먹으면 된다.

아주 적은 양을 주길래

형식적인 에피타이저라고 생각하고 먹기 시작했는데,

한 수저 한 수저 먹을수록

나도 모르게 맛을 음미하게 되고 아껴 먹게 되더라는...

맵지 않고 짜지도 않고 딱 '담담한 맛' 그 자체인데,

보리밥의 그 탱글탱글함이 정말 환상적이다.

보리밥 한 알 한 알이

미니율무를 먹는 것 같은데

율무보다 씹히는 느낌이 더 차지고 부드럽다.

마치

별로 예쁘지는 않은데

말이나 행동이 생기발랄하고 유쾌해서 자꾸 눈길이 가는 여자같다고나 할까...

정말정말 아껴 먹었는데도 마지막 한 수저를 먹게 되었을 때

어찌나 아쉽던지...으...

개인적으로는

칼국수보다 저 보리밥 때문에 저 집에 다시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같이 간 지인들이

칼국수 국물을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으며 연신 '시원하다~' 외치는 걸 볼 때

칼국수도 보통 이상은 되는 맛같다.

참,

저 식당 찾아갈 때 주의할 점.

대로변에 있는 홍두깨 칼국수집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산 아래의 홍두깨 칼국수집을 찾아가야 한다.

서로 다른 식당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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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약을 먹고 있는데도 증상에 딱히 변화가 없다.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다시 병원에 가 봐야 할 것 같아 집을 나섰다. 이 화창한 휴일에 가야 할 곳이 병원이라니...ㅠㅠ 집을 나서니 밖은 완연한 봄이다. 기온을 봐서는 여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따뜻하다.

가끔 휴일이면 저기서 저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측량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화려한 벚꽃길을 보며 작업해서 좋겠다고 해야 할지, 이렇게 휴일에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작업해야 해서 안 되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완연한 봄날 오전인데...

 

 

 

늘 이맘때 여기서 전철역을 바라보면 자연과 인공물의 조화가 신기하다. 부조화인 것 같기도 한데, 화려한 벚꽃터널은 주변의 모든 것을 다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신비로운 마술을 발휘한다.

 

 

 

벚꽃터널의 건너편 길은 이런 풍경... 저 쪽의 길이 벚꽃터널인데 비해 이곳의 길은 벚꽃과 개나리가 아래위로 반반씩 나눠 봄 풍경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쪽도 육교에서 내려오는 길을 보면 이렇게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충분히 아름다운데, 이 벚꽃이 다 지고 나면 버찌가 잔뜩 열렸다가 떨어져 핏빛 바닥을 만든다는 게 함정...

 

 

 

집 근처의 단독주택에 매실나무와 살구나무가 있다. 살구나무도 꽃이 참 예쁘던데, 이 집에 벚나무도 있다는 것을 오늘 새삼 알았다. 봄 햇살 아래 참으로 고왔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은 늘 느릿느릿 걷게 된다. 한 주 동안 '안 아프다... 안 아프다...' 세뇌하며 살다가 이렇게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을 만나고 나면 내가 아프다는 것을 현실로 깨닫게 된다. 기운이 없고 현기증도 살짝 있더니, 열이 있단다. 열이 나도 모르는 이 미련함...ㅠㅠ 다시 3일분의 약을 받아오며 조금이라도 기운을 내 보려고 약보다도 먼저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안그래도 아픈 내내 입이 쓴데, 쓴 커피를 마셨더니 커피 맛을 모르겠더라는... 평소에는 그 고소한 쓴 맛을 좋아했는데... 단 것을 먹고 싶어서 집에 오자마자 조리퐁을  먹었다. 내가 조리퐁 먹는 법은 저렇게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

모처럼 쉴 수 있는 토요일인데 집에만 있어야 하다니...ㅠㅠ 할 일이 많아 어디 나가도 마음 편히 즐길 수 없을 것 같아 차라리 다행이다 싶긴 한데, 오후에라도 아이와 벚꽃터널에는 한번 다녀와야겠다. 여의도보다 더 화려한데 인파에 치일 염려는 없는 우리 동네 벚꽃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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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실감하던 여름이었다. 여행을 가자는 말은 방학을 시작하자마자부터 했건만 계속 더웠고, 떠나지 못한 채 시간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작정하고 날을 잡아 부여, 공주 여행계획을 세웠고, 다음 날 아침 바로 떠났다.

다행이었던 건 그날이 내내 구름 낀 날씨였다는 것. 그 덕분에 더위 걱정 없이 부여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건 부여에 도착하기 직전과 부여를 떠난 직후에 비가 왔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를 마중하고 배웅하듯이... 비로 인한 맑고 시원한 공기는 마음껏 들이마시고 젖을 일은 없어 더 그런 생각을 한 지도... 자, 그럼 출발~

서울에서 부여까지는 고속버스로 2시간. 버스는 모두 우등버스라 좌석의 간격이 넓었고, 평일이라 버스에 승객도 몇 명 없어서 미안해 할 필요 없이 좌석을 젖히고 다리를 뻗어 누워도 되어 좋았다. 에어컨이 너무 세서 추위에 덜덜 떨며 가야 했다는 게 제일 큰 흠이었다는...

게다가 마침 부여의 백제 관련 문화유산들이 유네스코의 등재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부여의 모든 박물관과 문화재 입장료가 무료. 우리의 여행에 날개를 달아줄 조건들이 줄줄이 이어졌던, 그래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여행이었달까...

 

정림사지 오층석탑. 사실 나는 이것 하나를 보러 부여에 갔다.

백제문화권 지역에 가 보고 싶었기에 처음에는 공주를 갈 작정이었다. 부여보다는 가까워 오가는 데 시간이 덜 걸리니까... 그런데 공주 여행 계획을 세우느라 검색을 하다보니 공주에서 부여가 매우 가까웠고, 부여까지 같이 보자니 하루 가지고는 안 될 것 같아 결단이 필요했다. 아이는 부여가 더 볼 것이 많으니 부여를 가자고 했다. 나는 저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직접 보고 싶어서 아이의 의견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바로 옆에 있는 정림사지 박물관에 먼저 들렀는데, 전시물들이 알차고 설명이 충실해서 먼저 둘러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탑은 실제로 보니 경주의 첨성대보다 크기가 더 큰 것 같았다. 책에서 보던 오층석탑은 작고 아담한 느낌이었는데, 눈 앞의 오층석탑은 기골이 장대한 남자같았다. 박물관 앞에서만 봐도 탑이 주는 무게감이 상당했다. 그 남성미에 놀라 한참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는... 그러나 찬찬히 보니 궁궐의 처마끝처럼 살짝 위로 향한 탑의 선이 참으로 곱고도 유려해 보였다. 복잡한 꾸밈이 있지는 않았지만 선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끌 만했다. 탑 주위를 돌며 탑을 구경하는 동안, 저 돌에 담긴 세월이 얼마야 하는 생각에 마치 타임머신을 본 것 같았다.

 

 

부여박물관은 부여에서 꼭 둘러보라고 추천하고픈 장소다. 모두들 저 금동대향로를 보러 가겠지만, 다른 유물들도 볼 만한 게 많았고 단층으로 지어 나지막하고 환하고 넓고 낮은 로비는 백제시대 당시로 돌아가 그때의 햇살을 맞고 있는 것 같은 느낌까지 주었다. 평온함... 가슴 저 밑바닥부터 차올라오는 평온함이 느껴져서 로비의 의자에서 벌렁 누워 쉬다 가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궁남지에 가야 했고 점심도 먹어야 했기에 시간을 아껴야 했다.

 

내가 부여박물관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한 것은 '연꽃구름무늬벽돌'이었다. 아름답고 우아하여 자꾸 눈길이 갔다. 어찌 보면 문화적인 수준과 깊이는 지금보다 그때가 더 나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을 관람하는 동안 전시된 유물들로 퍼즐 맞추듯 백제시대 부여의 풍경을 상상하며 완성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 당시에도 참으로 평온하고 품위 있는 도시였을 것 같다.

 

 

 궁남지는 놀랍게도 끝없이 펼쳐진 연잎으로 꽉 차 있었다. 연꽃축제는 끝났다고 하는데, 무성한 연잎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8월에 개화한다는 종의 연꽃들이 군데군데 활짝 피어있어서 눈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저 연잎 숲을 탐방(?)할 수 있게 연못 안에 징검다리로 길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가문 여름이라 연못 물의 깊이도 낮았다. 행여 실수로 빠져도 겁나지 않을 것 같아 용감하게 우리도 그 징검다리를 따라 밟으며 연잎 숲을 한 바퀴 헤집고 돌았다. 연못 주위를 따라 걷자니 연못이 어찌나 큰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백제시대 별궁의 연못이었다니, 궁은 그럼 도대체 얼마나 컸다는 건지...

 

아름다운 연꽃 봉오리... 그러나 얼마나 큰지 아이 얼굴만 해서 가까이서 보면 조금 무섭기도 했다. 마치 거인국에 와 있는 소인이 된 느낌이랄까. 연못 주위를 한 바퀴 다 둘러보고 싶었지만, 이미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서 배가 매우 고팠다.

점심은 계획했던 대로 연잎밥 전문점에서 먹기로 했다. 궁남지 주변의 음식점이 다 연잎밥 전문점들이어서 멀리 갈 것 없이 가까이서 고르면 되었다. 연잎밥 관련 메뉴 너댓 가지만 파는 음식점이 믿을 만해 보여 들어갔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연잎밥도 맛있었고, 다른 음식들도 간이 적당하고 양도 많아 배를 두드리며 먹었다. 결국 배를 꺼뜨리기 위해 또 걸을 수밖에...

 

 

낙화암까지 올라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우리는 낙화암과 부소산성보다는 백마강을 선택했다. 올 때 보니 백마강의 전경이 인상적이었기에... 한강이 풀메이크업한 여성과 같다면 백마강은 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은, 수수하지만 그래서 더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풍겨나오는 여성의 얼굴 같았다.

부소산성은 아랫쪽만 살짝 둘러보고 서문으로 나와 백마강으로 갔다. 막상 부소산성에 가 보니 그렇게만 둘러보고 가기에 아까웠다. 나무가 울창하여 올라가는 길이 시원했고, 낙화암에서 볼 백마강의 전경을 못 보고 가는 것이 서운했다. 하지만 이렇게 부여에 한 번 더 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남겨놓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백마강 강둑에 올라섰을 때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먼저 맞이했다. 그 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벤치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고, 겹겹이 보이는 먼 산의 능선과 잔잔한 강의 모습은 그대로 기억속에 담고 싶은 그림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아이는 황포돛배를 타고 싶어 했는데, 노를 저어 타는 옛 방식이 아니라 한강유람선 같은 배여서 이 역시 다음에 오면 타는 걸로 미루어 두었다. 사실 나는 저걸 꼭 타야 하나 싶었다는... 강둑 위에서 보는 풍경이 더 멋졌다.

 

 

부여를 떠나 서울로 돌아오는 길. 갈 때보다는 차가 많았고, 비가 내리기도 해서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걸린 시간은 1시간 50분쯤. 아이는 부여를 출발하자마자 바로 고개를 꺾고 잠들었다. 식사 때를 빼고는 하루종일 걸었으니 무척 힘들었을 것 같다. 딱 내 식대로의 여행이라 나는 좋았는데... 미안했다. 그래도 경주나 부여나 이렇게 작은 도시 안에 오밀조밀하게 문화재가 모여있는 곳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제대로 볼 수 없다. 두 발로 땅을 디디고 걸으면서 천천히 보다보면 그 시대를 오롯이 느낄 수 있어 감동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는 해외여행을 가도 이 방식을 버리지는 못할 것 같다.

서울에 도착한 게 8시. 아직 환함이 가시지 않은 시각이었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이라는 말을 실감한 날이었다. 한 도시를 돌아다니며 볼 것 다 보고 왔는데도 해가 지지 않았다는... 이래서 우리의 당일치기 여행은 앞으로도 짬짬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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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 있는 스킨답서스 화분들이 여럿 있다.

하찮게 보일지 모르지만

키운지 17년 된 아이들이다.

1998년에 줄기 서너 개를 얻어 흙에 꽂았던 것이

지금에 이른 것...

 

이상하게도 나는 꽃이 피는 식물에 별로 마음이 가지 않는다.

당연히 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꽃이 예쁘다는 걸 모른다는 건 아니다.

나도 꽃을 보면 예쁘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꽃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잠깐 보고 '와, 예쁘다!' 이러고 끝이란 말...

그러나 스킨답서스처럼 꽃이 없는 식물에는 눈길이 간다.

오래 보고 또 보고 해도 질리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해도 평범치 않은 성향...

 

여름에 들어서면서 스킨답서스 줄기가 많이 길어져서

좀더 번식시켜 보겠다고 줄기를 짧게 잘라내어 여러 개의 화분에 나누어서 꽂아놓았었는데,

뜻밖에도 몽땅 썩어서 말라버리는 대참사가 발생했었다.

욕심이 과했다는 자책감에 참으로 마음이 아팠었는데,

살아남은 몇 개의 줄기들이라도 살려보자고

화분 3개에 모아 꽂아 비타민으로 비료도 주고 했더니

저만큼 풍성해졌다.

그간 풍족하게 쏟아졌던 햇살 덕분인가...

참으로 다행, 또 다행...

이제는 더 욕심내지 말아야지.

살아나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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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점심, 김치말이 라면.

 

양념으로 쓰인 재료는

배추김치 조금과 김칫물,

허니파우더, 국간장, 2배식초,

매실액과 액젓, 설탕, 식초, 고춧가루 등이 들어간 초고추장,

참기름과 참깨는 필수.

당연히 라면의 면 필요...

 

저 그릇, 참으로 추억의 그릇이다.

3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어렸을 때 봤던 파이렉스 등이

요즘 빈티지, 앤틱, 골동품으로 불리며 비싼 몸값 받는 것 보면,

저 그릇도 조금만 더 가지고 있으면 저절로 빈티지가 될 것 같다.

시간의 힘이란 참으로 놀라워...

 

그나저나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글 올려놓고

이렇게 점심에 힘을 쏟다니,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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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찍고 보고... 2015. 2. 1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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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창을 하던 당신의 패기있는 모습은

이 때에도 이미 마왕이었습니다.

오늘, 지금...

당신이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직 젊은 당신인데, 뭐가 그리 급해서...

당신의 첫 무대에서의 이 모습으로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마왕,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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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물가로 간다.

살짝 흐린 하늘...

해는 구름 뒤에 숨었고, 바람이 선선하다.

산책하기 좋은 날씨다.

 

물 좋아하는 아이는 역시 물가 가까이로 내려가 본다.

물 싫어하는 나는 그냥 이만치 거리를 두고 보기로...

그런데 너, 거기에 그렇게 서 있는 뒷모습을 보자니

갑자기 어른 같다...쩝...

 

하늘, 구름, 바람, 산, 강, 억새밭, 다리...

2014년 가을의 풍경이다.

 

여기 이 위치에 서서 멀리 앞을 보노라면 빨려들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나만 그런가...?

 

가을의 물색.

잔잔하고, 깊고, 밀도 있는 색이다.

 

걷다보니 저만치 앞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해양소년단의 행사가 있는 곳이었다.

초등학생들의 조정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앞으로 가야지, 옆에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면 안됩니다!"라는 방송 멘트에

웃음을 터뜨렸다.

딱 봐도 어설픈 실력의 학생들...

빨리 골인하는 것과 상관 없이

그저 레인을 따라 직진만 해서 무사히 골인하면 1등할 수 있는 경기였다, 흐름을 보니...

결국 한 팀만 무사히 골인에 성공했다는...

 

맨앞에 가는 저 팀이 결국 1등.

유쾌한 웃음을 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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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강가 풍경...

하늘과 강, 저만치에 아스라하게 보이는 산을 보노라니

가을이 느껴졌다.

 

가을 토요일 아침의 영재원 풍경.

부들이 토실토실 알차게 익었다.

 

허브는 잎사귀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향기가 묻어온다.

이름도 안 붙어있는 얘는

예쁜 꽃색에 비해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향기를 가져서

볼 때마다 얘가 왜 허브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향기는 좋지 않지만 약효가 좋은가 보다 하는 추측만 할 뿐.

사람도

외모가 출중해도 내면의 향기가 없으면

왜 사람일까 하는 의문이 들까...?

사람다움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오늘의 한강공원에서 만난 코스모스.

같은 뿌리에서, 같은 줄기에서 뻗어나와 피었는데도

꽃색이 다르다니 참 신기하다.

귀뚜라미 다음으로 가을이 왔음을 느끼게 하는

가을의 전령사.

 

 꽃잎이 이렇게 자체 그라데이션 된 코스모스도 있었다.

자연은 볼 때마다 신기한 것 투성이다.

 바위틈에서 피어난 민들레만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건 아니다.

갈라진 아스팔트 틈에서 살아가는 풀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

세상에 '잡초'라 불릴 풀은 없다.

우리가 그 이름을 몰라서 그렇게 부를 뿐이지...

어떻게 여기에 뿌리를 내렸니... 하는 마음으로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 볼 수밖에 없었다.

 

한여름을 방불케 했던 지난 주일 한낮에 먹은 망고빙수...

점심으로 먹은 멍게비빔밥이 기대와 달리

비린맛과 향으로 충만하여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 먹었다.

과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러운 단맛이 있어

저 그릇 바닥을 긁어가며 먹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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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에 들어서서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연못... 여름 끝, 가을에 접어드는 연못에는 노랑어리연 잎이 가득차 있었다. 궁의 구석진 자리에 나무들을 헤치고 들어서자 마치 비밀의 정원처럼 초록빛 연못이 눈앞에 활짝 펼쳐졌다. 서프라이즈~ 차 한 잔 들고 음미하며 마시기 좋은 고즈넉한 분위기. 덕수궁에 이런 곳이 있는 걸 왜 몰랐을까. 정말 아는 만큼만 보이는 것이 맞다 싶다. 그래서 평생 공부해야 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가을 끝에 가면 저 창창한 잎들이 노랑, 빨강 옷을 입고 연못 위를 알록달록 수 놓고 있을 것 같다. 기대된다. 낮공기도 서늘해지면 다시 가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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