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는 고 박완서 작가의 따님인 호원숙씨가 엄마를 추모하며 쓴 책이라 한다.

박완서 작가님의 생전에 어느 신문기사를 통해 맏딸인 호원숙씨도 서울대를 나와 작가로서의 꿈과 자질을 가졌으나 넘어설 수 없는 엄마의 그늘 때문에 작가로서의 꿈을 접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다. 뛰어난 능력과 명성을 가진 엄마를 둔 아픔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워 했던 기억이 있다. 그 호원숙씨가 엄마 박완서에 대해 쓴 글이라니 관심이 갈 수밖에...

미리보기를 통해 조금 읽은 앞부분 몇 장... '어머니'와 '엄마'의 차이를 말한 부분에서는 꿈을 접어야 했던 딸로서의 아쉬움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그 뒷부분부터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내용이 이어졌다. 다들 알다시피 불혹이 지난 늦은 나이에 작가로 데뷔한 박완서 작가님은 이후 작품을 쓰는 바쁜 와중에도 '엄마'로서의 생활을 완벽하게 하신 것 같았다. 조급하지 않고, 호원숙씨의 표현대로 '씨실과 날실이 촘촘하게 엮어진 듯' 반듯하고 여유 있게 말이다. 완벽하면서도 서둘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걸 알기에 박완서 작가님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월한 유전자'의 힘때문인지 호원숙씨의 문체 또한 박완서 작가님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는 것, 호원숙씨도 알고 있나 모르겠다. 조금을 읽었을 뿐인데 박완서 작가님이 살아 돌아오신 듯한 반가움도 물씬 들었다. 이 책을 주문한 두 번째 이유다.

내일이면 책을 받아볼 텐데, 아껴가며 꼭꼭 씹어가면서 읽고 싶다. 그렇게 읽어도 한번 잡은 책을 놓지 못해 밤을 새워가며 읽었던 공지영씨의 '수도원기행2'의 전적을 보건대, 어려운 일이지 싶긴 하지만, 뭐, 마음이 그렇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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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 건 이럴 때 참 보잘 것 없다.

보승이도 과거의 아픔을 잘 이겨내고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나면 좋겠고...

이경실씨가 보승이에게 쓴 편지가 낭독되는 순간부터 눈물을 흘리는 이경실씨...

무엇보다도 엄마인 이경실씨가 앞으로 더욱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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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탓인지, 집에서는 딱 필요한 말만 하는 나.

그러나 도란도란, 재잘재잘, 약간 부산스러운 상황을 싫어하지는 않아,

아니 어쩌면 그런 상황에 속해 있는 게 더 익숙해서인지,

보지 않아도 드라마를 틀어놓는 편이다.

이미 Listener로서의 삶에 익숙해져 버린 듯...

그렇게 틀어져 있는 TV에서 본 장면이다.

배우 이시영을 좋아하지 않아서 챙겨가며 본 드라마는 아닌데,

딱 저 장면에서 시선이 꽂혀 버렸다, 이런...

추출 방법을 보아하니 모카포트의 한 종류인 것 같은데, 처음 본다, 저건.

뭐든 다 찾을 수 있는 만능의 세계 인터넷을 검색하니

ILSA의 '나폴리타나'라고 하나 눈에 띄긴 하는데 저런 소재가 아니다.

http://www.caffemuseo.co.kr/shop/detail.asp?g_num=1931&ca1=caffettiera&pagenum=2

저건 구리 같은데...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하지만 그래서 더 우아하고 기품 있어 보이는,

저 드리퍼, 탐난다.

 

사실 더 탐나는 건 김준네 집.

무심한 듯 거친 듯 삭막한 듯 보이지만 나무의 숨결이 살아있는 집.

겉은 딱딱하지만 안은 따뜻한, 그래서 숨을 쉴 수 있는 집.

거기가 더 탐난다...ㅠㅠ

 

 그리고 이 건 마음이 짜르르했던 장면.

세탁실 세제 사이에 있던 소주 한 병.

저 집에서 일리가 숨 쉴 수 있는 방법은 저 것뿐이었을 게다.

 

일리의 과호흡으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통로가 트였던 김준.

그 손의 뜨거움을 어쩌지 못해 찬 물에, 얼음물에 담그는 장면도

참 마음 아팠다.

 

그냥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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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나온,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이라는 책을 가지고 있다.

몇 번의 책 정리에서도 이 책을 버리지 못하고 남겨둔 이유는

그 책에서 느낀 그녀의 '마음'때문이었다.

그 책을 쓸 당시에 그녀는 세 번째 남편과 결혼 생활 중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쓸쓸함이 느껴졌다.

만족스럽지 못함, 이해 받지 못함, 쓸쓸함, 공허함...

이런 느낌을 전달 받았다.

그녀는 다시 가족을 이루어 셋째 아이까지 낳고 행복한 결혼 생활 중일 텐데 참 이상하다...이러면서

그 책을 읽었던 기억이 예사롭지 않아 그 책을 처분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여러 기사를 통해 그녀가 아이 셋을 데리고 다시 홀로 섰음을 알게 되었다.

다소 안타깝고, 일단은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줄 알았던 그녀가 남편으로부터 맞는 아내였다는 것과

세 번의 결혼 생활 내내 그녀가 실질적인 가장이었다는 것이었다.

겉으로는 미모의 당당한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그녀의 숨겨진 생활은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참 마음 아팠다.

그제서야 내가 '수도원 기행'을 읽으면서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그녀가 '수도원 기행2'를 냈다는 것을 알자마자 얼른 검색은 해 보았으나,

선뜻 살 수가 없었다.

내 것이 되고 나면 밤을 새워서라도 글자 하나하나 아껴가며 읽을 게 너무나도 분명했고,

무엇보다도 저번처럼 또 마음 아플 일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에 들어온 책은 결국 사는 게 답이다.

그 책을 안 사려고 며칠 동안 망설이는 마음의 애씀이 더 가혹하기에...

오늘 내 손에 들어온 그 책을 보니, 일단 두께가 상당하다.

이 책의 탄생에 모태 역할을 한, 그녀의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는 일단 빌려 놓았다.

읽어 보고 살지 말지를 결정하려고... 그런데 사고 싶어지면 어쩌지...?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 같은 여자로서

그녀가 마음 깊이 행복하길 바란다.

그래서 설레는 이야기를 써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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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 'Interstellar'를 보고 왔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라 들었는데, 우리는 별 5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인터넷상에서 영화 '콘택트', '그래비티'와 비견되던데... '콘택트'보다는 과학적인 개념이 많이 내재되어 있어 덜 문학적이지만,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곳곳에 숨어있는 과학적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보물찾기에서 계속 '1등' 쪽지를 찾는 것과 같은 기쁨을 주어 더 할 나위 없이 재미있었을 것이라는 게 나의 평. '그래비티'보다 아직 현실화 되지 않은 과학이론이 많이 구현되어 있어서 그 점이 오히려 재미있었다는 게 '그래비티'를 본 적 있는 아이의 평. 나는 '그래비티'는 아직 보지 못 했으니까 그 영화와는 비교 불가. 조만간 '콘택트'도 다시 보고 '그래비티'도 봐야 겠다.

 

일단 잊어버리기 전에 영화에 대한 생각을 간략히 메모해 놓자면...

 

1. 관람 제한을 연령으로 할 것이 아니라 지적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영화. 어른이라 할지라도 과학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재미없다고 할 것이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문학적인 내용은 아니라서... 그나마 문학적인 부분이 영화 내내 잊을 만하면 나오는 시인데, 삶이 곧 탐험이라는 내용으로 보면 희망적이지만 시에서 내가 느낀 정서는 우울함과 절망이었다. 감독은 시 내레이션을 넣을 때 관객이 느낄 이런 정서적인 메시지까지도 예상했던 걸까...?

 

2. 상대성 이론, 중력, 웜홀, 블랙홀, 5차원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영화 내용의 반의 반도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 그 사람들은 영화를 봤어도 줄거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3. 인도의 무인항공기, 핫도그, 옥수수, 모래폭풍 등 작은 소재 하나까지도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감수하여 논리적으로 앞뒤가 착착 들어맞아 마치 5000피스짜리 퍼즐 맞추는 것 같은 쾌감이 있었다. 물론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이 있긴 했으나 그것은 영화로 표현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쿠퍼의 딸 이름인 '머피'의 의미까지도 필연성이 부여된 설정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래서 천재라는 극찬을 듣는구나 싶었다. 영화의 모든 설정이 아주 세심하게 계산된 장치임을 안다면 'Interstellar'의 인기가 바람몰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4. 마지막 부분에서 5차원의 블랙홀 속에서 쿠퍼가 딸에게 준 시계의 분침을 이용해 딸에게 모스 부호를 보내는 설정이 있는데, 어떤 내용을 모스 부호로 전달했는지 자막으로 해석되지 않았다. 그게 궁금해서라도 한번 더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

 

5. 세 시간에 육박하는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체감 런닝타임은 30분 정도인 걸 보면 영화 안에 웜홀을 감춰 둔 게 분명하다. 논리적인 내용 전개에, 필연성, 과학성까지 더해져서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었다. 빨아들이는 힘을 봤을 때에는 영화 안에 블랙홀도 내장되어 있는 듯하다. 후유증이 있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뇌도 활발히 움직여야 해서 영화가 끝나고 나오니 속이 좀 울렁거렸다는 점과 우주 전체 중에 한 점도 안 될 지구, 그 안에서도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 안에 살면서 뭘 그리 복닥거리면서 살았나 싶어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다. 우주의 광대함에 세 시간 빠져 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니 그랬다는 것이다. 이 후유증은 오래가면 안 되는데...

 

6. 보충수업을 스스로 하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동안 서로가 이해한 내용에 대해 아이와 계속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자료들을 읽다 보니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된 부분도 있고, 이런 장면도 있었나 싶게 대충 보고 지나간 부분도 있었다.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더 봐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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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끝났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박지은 작가는 정말 천재다.

어떻게 저런 결말을 생각해냈을까...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 것을 안다면

그 어떤 헤어짐도 더이상 슬프지 않다.

그리고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면

지금 그 사람과 함께인 현재가 얼마나 행복한지 너무나도 잘 안다.

 

더이상 행복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행복한 천송이, 도민준을 보면서

슬프지만 참 부러웠다.

천송이 옆에 오래오래 머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도민준의 말은

진짜였다.

끊임없이 천송이 옆으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하는 그 남자, 멋졌다.

그런 사랑, 글쎄... 인간이 할 수 있는 사랑일까.

그런 사랑을 간직한 사람이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로

드라마가 끝난 후, 조금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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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저녁시간 예술의 전당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예상을 하지 못했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가 같이 와서

커피 한 잔씩 손에 들고 연주회 시작을 기다리며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의 여유있는 표정,

적당히 와글와글한데 아무도 두드러지게 큰 소리 내는 이는 없는

적당히 교양있는 이 분위기.

로비 가득한 이 사람들 중에 우리가 있다는 것이 기분 좋았다.

아이에게도 분명 새롭고 좋은 경험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앉은 자리는 2층 S석.

수십 개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정말 아름답게 들리는 자리였다.

아이에게 지루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클래식과 팝이 적당히 섞인 덕분에 아이도 재미있게 보았다고 한다.

앵콜에 또 앵콜, 그리고 또 이어지는 연주...

김동규씨가 바람 잡아주는 대로

객석에 앉은 우리는 그저 박수만 쳤을 뿐이다.

예상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나서야 연주자들은 무대에서 내려갈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온 시간은 밤 11시가 넘은 시간.

아이는 피곤해서 씻자마자 바로 잠들었는데

나는 연주회의 여흥이 남은 탓인지 쉬 잠이 오지 않았다.

매혹적이고, 따뜻하고, 그러면서도 재미있어서 많이 웃었던 연주회.

마음이 많이 훈훈해졌고, 머릿속이 맑아졌다.

앞으로도 아이와 자주 이런 연주회 볼 기회를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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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안 보면 대화가 안 통할 것 같은 요즘이다.

엘사와 안나때문에 감동하고,

크리스토프때문에 안타까워 하고,

올라프때문에 웃고,

그러다 보니 영화가 끝났다.

타임머신 태워서 순식간에 2시간 뒤의 미래로 보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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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공연을 기다린다.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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