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였는데 마침 가까이에 교보문고가 있었다.
시간을 뭉텅이로 보낼 수 있는 장소 중 서점보다 좋은 장소가 또 있을까.
책 안에는 블랙홀이 있는 게 확실해...
발걸음이 자연스레 그리로 향했다.
요즘 나는 '수도원 기행2'를 다시 읽고 있었다.
마치 성경을 읽을 때 구절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와 이해가 되는 것처럼
책에 있는 그녀의 고백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아
신경세포를 건드리고,
가라앉아있던 오래된 기억을 휘저어놓고,
그리하여 자꾸 같은 부분을 반복하여 읽게 만들기도 하고...
그랬다.
꼭 성경을 읽는 마음으로 '수도원기행2'를 되새김질해가며 읽고 있었고,
오늘 오전에 마지막 장을 덮은 참이었다.
그런데 오늘 교보문고에서 그녀가 쓴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보게 된 것이다.
후루룩 넘겨보니 가볍게 읽을 만한 내용인 것 같아 첫 장부터 읽기 시작했다.
요리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그 요리들은 그냥 미끼.
나는 요리보다 그녀의 문장과 그 문장 바닥에 깔린 솔직한 마음과 따뜻함에 사로잡혀
그 자리에 선 채로 그 책을 끝까지 읽고 말았다.
아이고, 다리야...
이 순간을 우물우물 보내면 인생이 그렇게 허망하게 흘러갈 거야.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살면 돼.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껴라.
너는 소중하다.
네가 살아온 모든 날들 중에서 오늘 네가 가장 아름답다.
큰 경지에서 인생을 보고 너무 많은 것들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마치 지금의 내게 말하는 것 같은 이런 문장들이 눈길을 잡았다.
바쁘게 사느라 잊어버렸던 것들,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나중으로 미루어 놓았던 것들이다.
그러면 그 '나중'은 도대체 언제쯤인지...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가 끝날 때쯤이면 나의 생도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는 건 아닌지...
과연 나를 이렇게 살도록 내버려 두어도 되는 건지...
그녀가 책 속에 속삭여놓은 구절들을 따라가며 읽는 동안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래도 무엇에 홀린 듯이 그 구절들을 따라가다 보니
내 손이 어느 새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마법같은 책이다...@@
아마도 다음 읽을 그녀의 책은 '높고 푸른 사다리'일 것이다.
'수도원 기행2'을 다시 읽는 동안 계속
'높고 푸른 사다리'를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에 '수도원 기행'도 꺼내놓았다.
그녀와 함께 가을을 맞이하고 보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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