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1.

너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이 찬란했다.

-나도 마지막 순간에 네게 이렇게 고백할 수 있기를...

 

2.

인간의 간절함은 못 여는 문이 없다.

-웃픈 장면이었으나 그 와중에 번쩍 하는 의미를 던진 대사.

 

3.

망각은 신의 선물.

-그러게. 모든 것을 다 기억하는 자의 아픔을 이 드라마에서 저승사자를 보고 실감했네.

 물론 도깨비도 마찬가지...

 그러나 잊고 싶은데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은 뭘까. 그건 신의 신호등인가?

그리로 가지 마시오, 멈추시오, 기다리시오...

 

4.

신은 늘 듣고 있다,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나의 실수도 모두 신의 계획 안에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 대사.

 그래서 나의 빈틈까지도 감사하게 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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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판 노아의 방주니, 타이타닉의 우주버전이니 하는 평도 읽었고,

로맨스 90%에 과학성 10%라는 평도 읽어서 대강의 분위기는 알고 보러 간 거였다.

요즘은 역시 '너의 이름은'이 대세여서인지

동네 영화관에서 '패신저스'는 1일 3회밖에 상영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1회는 아침 8:30, 나머지 2회, 3회는 저녁 6:05와 11:00.

선택의 여지 없이 저녁 6:05에 시작하는 것으로 예매하였다.

 

상영 시간 2시간여가 지나고...

함께 보러 간 아이는 별 사전정보 없이 간 것이어서

'인터스텔라' 같은 과학영화인 줄 알고 기대가 컸었나 보다.

영화가 다 끝나고나서

과학적 오류가 하도 많아 일일이 다 헤아릴 수가 없다는 둥

돈이 아깝다는 둥 한참을 식식거렸다.

이제 영화도 각자 보러 다닐 때가 왔나 보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주행성을 개발해서

승객들을 냉동 상태로 배송(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하고,

승객들이 이주행성에서 살면서

평생 월급의 20%씩 내어 이주 비용을 갚아나가게 한다는 사업의 발상 자체가

일단 참신했다.

은행에서 장기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수십 년에 걸쳐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것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객과 승무원 모두 해서 5,000명이 넘는 인원이 타고 있는 아발론호는

규모면에서 하나의 도시 같았다. 그것도 신기했다.

도시 하나를 지구에서 이주행성으로 옮기는 셈이니...

예정된 120년이 아니라 30년만에 냉동 상태에서 깨어버린 짐은

지구에서는 엔지니어로서 할 일이 없어 아발론호를 타고 새로운 세계로 가는 중이었다.

이주행성은 개발 중이니 엔지니어가 할 일이 많을 테니까...

똑똑하고 아름다운 작가 오로라는

지구에서는 늘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그 무엇을 찾아다니다가

아발론호를 타게 된 것이었다.

프로그래밍 된 컴퓨터가 중심이 된 세상의 이면을

짐과 오로라를 통해서 볼 수 있었다.

인간이 할 일이 점점 없어질 정도로 컴퓨터가 발달하지만,

인간만이 가지는 소외감 같은 감정은 컴퓨터가 해결해 주지 못하는 세상.

그 거대 도시 같은 아발론호와 똑똑한 듯 멍청한 바텐더 아서가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여차저차한 과정이 있지만

결국 이 영화는 짐과 오로라를 통해 현실을 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현실이 언제나 내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누리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과학적인 오류가 많다고 하나

스토리의 전개상 눈 감아 주어야 할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눈에는 그다지 거슬리지 않았다.

영화는 논픽션이 아니니까...

과학은 이 영화에서는 그저 배경일 뿐

결국은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홀로일 때의 외로움,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다고 외로움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모든 것이 해결되어도 마음과 감정을 나눌 '사람'이 없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짐과 오로라를 보면서 새삼 깨달았다.

이야기에 공감했기에 상영시간 2시간이 지루하지 않았고,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극적 긴장감이 폭발하는 부분이나 스펙타클하게 자극적인 장면이 있진 않다.

요즘 하도 자극적인 영화가 많으니까 그런 스토리 전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지루하다고 평할 것이다.

그렇지만 삶과 인간 관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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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연히 1회부터 보기 시작하여 계속 챙겨 보고 있는 프로그램, 팬텀싱어.

회를 더해갈수록 느끼는 것이, 노래에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4중창이 시작되고나서는 귀뿐만 아니라 눈도 뗄 수가 없다.

남자 넷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목소리의 하모니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떤 노래는 노래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그 하모니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정말 아름다워서...

그 아름다움이 주는 위안이 얼마나 큰지

듣는 것만으로도 누군가 '괜찮아.' 하면서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만 같다.

그러니 눈물이 날 수밖에...

서로를 배려하면서 노래를 만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과 용기를 얻기도 한다.

그들 하나하나에게는 그 무대가 분명 큰 도전일 것이다.

그럼에도 새 문 앞에서 서슴없이 문을 두드리고 한 발씩 내디디는 그들의 모습은

가슴 뭉클할 정도로 아름답고 용기 있어 보인다.

저 무대에서 떨어진다 해도 분명

남보다 열정이 모자라서, 노력을 하지 않아서 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사실은 그들을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러니 떨어지더라도 너무 슬퍼하거나 실망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미 많은 이들에게 노래로 큰 감동과 위로와 용기를 주었으니...

 

해가 바뀌면 늘 조금 심란하면서 싱숭생숭해지는데,

드라마 '도깨비'와 함께 나에게 큰 위로와 깨우침을 주는 '팬텀싱어',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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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만 저승이 아니더라구요."

"생이 나에게 걸어온다. 죽음이 나에게 걸어온다."

"존재가 참 시시했는데 특별해졌네요."

" 그 아이만이 날 죽게 할 수 있는데 그 아이가 자꾸 날 살게 해."

"그만 불러. 나 그만 불러, 지은탁. 나 좀 가자."

"아홉, 열아홉, 스물아홉. 완전하기 전이 가장 위태로운 법이지."

 

       

 

비유와 상징이 넘쳐나는 대사들의 향연.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아무렇지 않게 툭, 툭 던지는데

듣는이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고 계속 곱씹게 만드는 그 대사들이 참 좋다.

공유의 목소리로 읊조려지는 시는 더 좋다.

대사들을 빛나게 하는 배경음악들은 더더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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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내게는

많이 아프다는 이유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빈둥거린 오늘 하루

내 마음을 녹인 솜사탕이었다.

 

덜 먹고 물을 많이 마신 덕분인지 몸이 가벼워져

밤이 된 이제야 움직여본다.

아직 쓸 만한가 보다, 내 몸. 기특하게도.

열이 내렸는지 두통도 가라앉고 있고 오들거리는 추위도 덜하다.

오전 아픈 중에도 대충 해 둔 청소와 빨래 덕분에

하루 내버려두었다고 집안이 그리 엉망이 되지는 않았다.

다만 식탁이 휑할 뿐... 이건 아이에게 미안한 일...ㅠㅠ

움직일 만해지니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내일 아침식사.

뼛속까지 어쩔 수 없는 엄마인 건지...

따뜻한 국이라도 있으면 식탁이 덜 휑할까 싶어

새우,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등을 넣고 기본국물을 끓이고 있다.

내일 아침 식탁에 구수한 배추된장국 올리려고.

집안에 맛있는 냄새가 퍼지니 아이에게 조금 덜 미안해진다.

맛있게 끓여야지. 내 마음을 녹인 솜사탕보다 더 맛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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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요즘 여러모로 시선을 끈다.

 

지난 주부터 시작한 남성 4중창 결성 프로젝트 프로그램, 팬텀싱어...

우연히 보기 시작했는데,

이 프로그램 덕분에 금요일 밤, 정말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마이클 리, 윤종신, 윤상... 심사위원들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도전자들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하...

아마츄어 도전자들의 사연에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하고,

여기에 왜 나왔나 싶은 프로 성악가들의 노래에 귀가 행복해지기도 한다.

뮤지컬 배우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뮤지컬 갈라쇼에 온 듯한 기분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볼륨을 높이게 된다. 뮤지컬 좋아하는 아이도 공부하며 들으라고...

무엇보다도 목소리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프로그램이라

끝까지 챙겨서 보게 될 것 같다.

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는 점,

확실히 음악은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새삼 느끼며 보고 있다.

 

보기보다 듣는 프로그램...

귀보다도 마음으로 듣게 되는 프로그램...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는 프로그램...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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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근의 제자, 빈자의 미학을 추구하는 건축가, 이로재의 대표...

비어있으나 허전하지 않은...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이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런 건축을 하는 사람.

 

책에서도 그런 분위기 물씬 느껴진다.

글자 한 자 한 자가 아까워서 아껴 읽고 싶은 책.

과하지 않게 들어간 그림도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한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두껍지 않은데도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결정적으로 돌려주기 싫어서,

사야 할 것 같다.

두고 보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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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저 빗소리...

그 걸 들어본 적이 있다면 아마 평생 그 소리를 잊지 못할 것이다.

종묘에서 들었던, 그 긴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도 그랬고,

전주 한옥마을 술박물관에서 들었던 처마 끝 빗소리도 그랬다.

발을 뗄 수 없어 주저앉아 한참을 듣게 만들었고,

묘하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아직도 문득 문득 생각이 나고,

그럴 때면 그립다, 그 빗소리...

아마도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마음이 지칠 때마다 생각이 나나 보다.

이 드라마에서 저 장면은 빠르게 지나갔지만,

내 머릿속에서 저 장면은 일시정지 상태로 남았다.

 

 

드라마 중 서도우네 집.

비쥬얼 훌륭한 배우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저 집이 나올 때마다 배우들은 눈에 안 들어오고

저 집만 마음에 들어온다.

붉은 벽돌벽, 높은 지붕, 다락방, 숲 속, 외딴 집, 오래된 집...

내가 좋아할 '집'에 대한 모든 조건을 다 갖추었으니

어찌 마음에 들어오지 않겠는가...

눈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한 집.

건축을 좋아하는 나답게...

 

그밖에...

눈에 들어온 건 아니고 귀에 들어와 마음에 남은 대사 하나.

"비행 간 낯선 도시에서 3,40분 정도 사부작 걷는데,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풍에 복잡한 생각이 스르르 사라지고

인생 뭐 별 거 있나 잠시 이렇게 좋으면 되는 거지,

그러면서 다시 힘내게 되는 3,40분 같아요, 도우씨 보고 있으면..."

정말 최대의 찬사다.

저 긴 대사 중에서 내 귀에 쏙 들어온 건

'인생 뭐 별 거 있나 잠시 이렇게 좋으면 되는 거지.'였다.

그렇게 무심하게 살아야 할 텐데...

내 성격에 저지르기 어려운 무심함이라 귀에 들어온 것 같다.

저 대사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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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라서 구미가 당겼으나 보지 않았다. 일에 치어 드라마를 볼 정도로 마음이 말랑말랑하지 못하다는 게  그 이유... 그러다가 그 드라마가 마지막회를 한다는 기사를 보고 줄거리를 대강 파악하려고 중간중간의 동영상을 몇 개 보았다. 안 보던 드라마도 그렇게 대강의 줄거리를 파악하고 마지막회는 보는 게 몇 년 전부터의 나의 버릇이다. 그렇게 마지막회를 보고 내용이 궁금해지면 처음부터 드라마 전체를 다 몰아서 보는 것이다. 요즘은 그게 가능하니까...

동영상들을 보던 중 내 시선이 멎은 곳은 9회였다. 9회 중에서도 저 장면... 완이 유리 화병을 던지고 유리 파편이 흩어져 있는 탁자를 주먹으로 연신 내리치며 소리치는 저 장면...

 

 

 

잘못했다 그래, 나한테...!!!

왜 그랬어, 나한테...!!!

 

 30년을 묻어둔 비밀을 터뜨리면서 울부짖는 완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렀다. 나의 상처를 건드린 말이었다. 마치 아이마냥 울면서 그 장면을 계속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잘못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 상처가 나을까, 그 기억이 없어질까, 그 일이 없던 일이 될까, 뭐가 달라지는데... 계속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울었다.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었는데, 그래서 입 밖으로 꺼낸 적도 없고 일부러 기억하지도 않으려 하며 살았는데, 그 장면을 보고는 다시 기억의 표면으로 떠올라서 요 며칠 좀 우울하다. 누가 툭 치면 바로 쏟아질 듯 눈가에는 늘 눈물이 찰랑찰랑... 하필 때는 장마철.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는 늘 이렇게 마음을 건드린다. 그래서 보고나면 마음이 힘들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녀의 이런 잔인함 때문에 위로 받기도 한다. <괜찮아, 사랑이야>가 그랬다. 

 바로 이 장면 때문에 <디어 마이 프렌즈> 드라마 전체가 보고 싶어졌다. 박완이 주인공이 아니라 노인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라는 것, 안다. 하지만 나는 박완의 마음이 궁금해서 찾아서 봐야 겠다. 이제 볼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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