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생각도 다이어트해야 한다. 내려놓아야 한다. 아는 것을 잊어버리는 게 당연하다.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마라. 60대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자신이 능력이 없다는 걸 깨닫는 시기다. 그걸 확인하고 인정하는 순간 편해진다. 그 전에 즐거웠던 것은 돈과 명예였다. 60대에서는 ‘그게 별게 아니구나’하고 느끼기 시작한다. 수필가 김형섭 교수는 ‘인생에서 가장 돌아가고 싶은 나이를 60대’라고 했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몸도 건강해야 하지만 마음도 건강해야 한다. 세계건강보건기구(WHO)에서 건강의 개념에 대해서 항상 정의를 내린다. 초기엔 몸과 마음의 웰빙만 말했다. 차츰 신체의 건강 못지않게 관계(relationship)에 대한 사회적 건강을 강조했다.

 최근 WHO에서 몸과 마음, 사회적 건강뿐만 아니라 영적인 건강(Spiritual well-being)까지 포함시켰다. 가장 높은 수준의 건강이다.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육체적으로 건강하지만 마음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플라시보효과(placebo effect: 약효가 전혀 없는 거짓약을 진짜 약으로 가장해서 환자에게 복용토록 했을 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가 작용한다. 몸의 생리는 마음적으로 위안을 얻는 것이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다. 집에서 혈압을 재면 지극히 정상인데, 병원에서 측정하면 160㎜Hg까지 나온다. 혈압의 상당부분은 마음에서 작용한다. 하지만 심장내과 의사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자신의 혈압조절은 불가능하다는 게 의학계 속설이다. 원숭이로 실험을 했다. 원숭이 스스로 혈압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면 당연히 사람도 조절 가능하다.

 이완(relaxation)이 매우 중요하다. 뉴욕에서 ‘초월명상’이 유행한 적이 있다. 동양의 명상수련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방법이다. 통상 호흡과 같은 자율신경은 조절이 안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도 통제할 수 있다. 티베트 고승들은 히말라야의 춥고 높은 곳에서 명상을 해도 얼어 죽지 않는다. 더욱이 속옷도 입지 않고 명상복만 입고 명상을 하는 데도 전혀 지장이 없다. 오히려 몸에서 열이 난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자연치유력을 최대화시키는 생활을 하면 가능하다. 

 인체는 스스로 복원하는 노력을 하고, 그런 능력도 있다. 암이 발생했을 때 암 억제세포가 자동적으로 생긴다. 평소에 몸에서 보낸 신호를 무시하고 무리했을 땐 이미 늦었다. 인간의 자연치유력은 바로 몸이 이완했을 때 생긴다. 뇌와 마음이 그윽하고 편안할 때 자연치유력은 자동적으로 극대화된다.

 몸은 마음의 그림이다. 몸을 고치려면 마음을 고쳐야 한다.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져라. 미움·분노·의심을 가지고 있으면 몸은 상한다. 제 의사면허가 259번이다. 지금은 아마 4만 번이 넘었을 것이다. 의료정보나 의학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더 나아졌지만 우울·불안·불면증세 등을 보이는 환자수는 의료환경이 개선된 수준보다 더 엄청나게 늘어났다. 왜 그런가?

 병에 대한 총체적인 부분을 못 보거나 안 보기 때문에 그렇다. 하물며 WHO에서 선언한 영적인 건강까지 챙기겠는가. 영적인 건강은 아예 보지 않는다. 예를 들면 폭력사고가 높아진다. 마음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으면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

 

         [월간산]화려한 목련과 수선화가 활짝 피어 더 이상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월간산]화려한 목련과 수선화가 활짝 피어 더 이상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마음을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가 나이가 들면서 숙제이고 화두다. 마음이 안 좋아지는 건 80~90% 이상이 인간관계에서 발생한다. 모든 게 인간관계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술·담배로 절대 해소 못 한다. 저는 우연히 산행을 했더니 좋아지더라. 지리산 갔다 오니 일주일간 지속되더라. 히말라야 갔다 오니 한두 달 가더라. 그 기간을 지나면 다시 원위치다. 분명한 건 뭔가 좋아지고 있더라는 거다. 우리는 왜 좋아지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부족했다.

 행복은 본인의 선택이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내가 편하고 행복할 때 모든 게 편하고 행복하게 받아들여진다. 우울은 슬퍼지는 게 아니라 기쁨을 모르는 데서 발생한다. 항상 마음챙김을 하라. 행복이 찾아온다.

 주변을 돌아보고 오감을 열어라. 생각을 줄여야 몸이 행복하다. 생각을 없애려면 현재에 집중하라. 비울 수 있는 건 가급적 버려라. 걸으면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감이 느껴진다. 걷는 것은 병을 예방할 뿐 아니라 병을 치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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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장면에서 위쪽의 지붕에 있는 별자리들까지 다 나온 그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었는데...

인터넷에서 그 장면 사진은 찾을 수가 없다.

아델라인,

내가 봐도 멋진 사람이라 꼭 행복해졌으면 싶었는데,

영화의 맨마지막 장면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다행이다, 잘 됐다 싶어서...

 

마음에 남는 대사는 '집착을 버려요. 지금만 생각해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가 버리면 다시 오지 않을 순간임을 잘 알기에

더 마음에 와 닿은 말이었다.

내가 행복해지려면

주먹을 쥐기보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손을 벌려야 하고,

지나간 것을 돌아보지 말고 너무 앞도 내다보지 말아야 한다.

내가 받은 상처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제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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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가'를 부를 때부터...?

아님 그 이전부터...?

그가 눈에 들어온 게 언제였던가.

난 그의 '하여가'를 듣고는

그가 복면가왕에서 부른 노래들을 모두 찾아 들었다.

정확하고 단호하게 한 음 한 음을 내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하나의 건반악기 같다.

한편으로

가사가 귀에 쏙 들어올 정도로 분명하게,

그러나 부드럽게, 때로는 힘있게 발음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노라면

시인 같기도 하다.

제일 치명적인 것은 그의 저음...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는 그의 나즈막한 목소리는

정말 독보적이다.

그게 유혹이라면 그냥 넘어가주고 싶은 목소리다.

누굴까,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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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세 번에 한 번은 실력이 빽이어야 하지 않느냐는 강모연의 외침이 서럽게 마음에 와 꽂혔었다. 사회가 부조리하고 부당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그 공정하지 않음이 내 앞을 가리고, 빽 없이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평가 받을 수밖에 없는 내 발걸음을 막는 것이 현실이었다.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닌데도 이번에는 유난히 욱~했다. 세월이 가도 더러운 건 여전히 더러운 현실이라니... 한번 안전핀 빠지면 답 없는 성격이지만 나는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하고는 꿀꺽 참았다. 내가 나만 지켜야 했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너의 존재 이유 두 번째이다.)

  다시 직장인으로 생활 모드 변경한지 4일째다. 그 더러운 흙탕물 속에서도 나는 새 일터에 안착했다. 100% 마음에 드는 곳이 아니라서 내내 마음이 안정되지 못했는데, 저번에 이 곳에 글을 올리면서 '왜 내게 유일하게 열린 문이 이것 하나뿐일까?'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 되었었다. 4일 내내 그 생각을 하다가 '그렇다면 이 문으로 나가서 내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게 맞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러고 나니 오늘에야 붕 뜬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나머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나도 기분이란 것이 있는 그저 그런 인간일 뿐이라서말이다.

  건어물녀로 지냈던 두 달간의 생활이 그립지는 않다. 그립지 않을 정도로 정말 철저하게 아무 일도 안 하고 잘 쉬었으니까... 바빠지면 더 가속이 붙어 초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니, 이제 그 두 달의 시간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열심히 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쓰고 보니 스스로에게 하는 협박같기도 하다...ㅎㅎㅎ 배차 간격 중구난방인 버스때문에 조금 길어진 출근 시간은 출근하는 동안 기도 많이 하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엄청난 양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전철 7호선은 따로 시간 내지 않고도 부족한 운동량을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기로 했다. 계단 오르내리기가 전신운동에 최고라는 기사를 본지 며칠 안 되었는데, 그게 어찌할 수 없는 나의 현실로 닥치니 기사의 진위가 의심스럽다, 아직까지는 느는 체력보다 빠지는 다리 힘이 더 실감이 나서... 어떻게 된 게 같은 루트로, 같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데, 출근과 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10분 이상 차이가 나냔 말이다. 그나마 집에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으니 다행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할런지...

  일단 결정하면 최선을 다 하는 나답게 나에게 열린 문으로 걸어나게 주어진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려고 한다. 그래서 올해의 끝에 나도 멋진 유시진 대위처럼 '후회 없습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집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 남자, 이렇게 눈을 살짝 치떴을 때가 가장 섹시해 보인다. 나만의 취향일지는 모르겠지만...

 

 

  강모연은 당연히 다 가리고 요만~큼만 보일 때가 가장 섹시하다, 본인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ㅎㅎㅎ...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건 당연한 일. 나도 주먹 불끈 쥐고 올 한 해 아름답게 살아야 겠다, 일 하는 기계가 아니니 이런 대사 멋진 드라마로부터 에너지 공급 받으면서 인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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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답하라1988'에서는 류준열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환이라는 인물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랬나 보다. 류준열과 연관하여 유일하게 내 눈을 끌었던 장면은 덕선이 앞에 피앙세 반지를 내놓고 고백했던 장면... 어흑... 정말 마음을 두드리는 장면이었다.

  그랬는데, 이 남자가 아프리카에 가서는 단 2회만에 내 눈에 들어와 버렸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영어 잘 해서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일행을 이끌어서도 아니고, 저 장면 때문이다. 아주 짧은 장면이었는데, 잠시 일행과 떨어져서 혼자 엘림듄의 일몰을 감상하던 저 장면... 조금은 철 없게 보였던 그가 실은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매력을 아는 속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저 장면을 보고 알았다. 그는 저물어가는 하늘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래서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르는 것이라고들 이야기하나 보다. 인간 류준열, 앞으로도 저 마음을 잊지 않고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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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만, 순도 100% 마음을 가진 열혈인간 이재한 형사, 좋다.

저렇게 눈 부릅뜨고 어금니 꽉 물고 욱~할 때가 제일 멋있다.

 

 

 

복잡하지만, 진실을 찾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박해영 프로파일러도 좋다.

프로파일러답게 profile(옆모습)이 정말 멋있다.

 

 

 

이 분은 원래 좋아했다, 극 중 인물 차수현으로보다 배우 김혜수로...

당당하게 나이들어가는 모습조차도 좋다.

이 드라마에 나오니까 더 좋아져버려서 탈이다.

 

ost인 정차식의 '나는 너를'도 좋고,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묵직한 메시지도 좋다.

사랑 일변도가 아니라서...

 

그래서 드라마의 signal(신호)이 자꾸 마음에 와 닿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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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POP STAR5, 본방을 보지는 않는다. 주로 잠 안 오는 밤, 케이블방송 여기저기를 헤매다 보게 된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볼 때에는 예능인이야 뭐야 싶기도 했던 세 심사위원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 모두, 심사위원석에만 앉으면 어찌나 그렇게 인간적이고 멋진 말들을 술술 쏟아내는지... 냉혹한 평가자가 아니라 선배 가수, 아빠, 정신적인 스승으로서 참가자의 인생을 먼저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멋지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세 심사위원의 멋진 말을 듣는 것이 이 프로그램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이다. 특히 유희열, 곡 만들다가 안 되면 정신치료사를 해 보라던 박진영의 말에 나도 한 표를 보태고 싶다, 진심으로...

  이 프로그램을 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참가자들의 도전하는 모습이 주는 묘한(?) 느낌 때문이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노래하는 것을 보면서 '와~ 정말 잘 한다', '멋지다~' 생각한 적은 있어도 감동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유제이양이 노래를 잘 한다고, 정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노래에서 감동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배틀오디션에서 류진양이 부르는 '노래가 되어'를 들으면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알을 깨고 나오려고 하는 그녀의 용기와 노래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진정성 있게 느껴져서였다. 내가 보기에는 적어도 저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류진양은 노래 그 자체였다. 촛불처럼 자신을 불태워 노래를 만들어 낸 그녀에게 나도 따뜻한 격려와 위로가 담긴 박수를 힘껏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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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씨네 유성이...

유성이가 엄마와 이야기하는 걸 보고 있으니, 참 잘 컸구나 싶다.

엄마에게는 엄마의 아픔까지도 보듬어 안으려고 하는 속 깊은 친구이고,

아빠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아빠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진실한 친구이고,

유진이에게는 모든 말을 다 하고 기댈 수 있는 형인 유성이.

그 아이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자석처럼 내 마음칠판에 딱딱 들러붙었다.

합리적인 데다가 농담도 재치있게 알아듣고 대처하는 순발력에,

슬픈데 행복하다는 아이러니한 엄마의 말까지도 알아듯는 그 감성이라니...

가만 보니 외모도, 성향도 아빠와 많이 닮았다.

엄마와 이야기하던 유성이가 갑자기 울자 엄마 강주은씨가 말했다.

"네가 울면 나는 무조건 울어."

그 말을 듣는데 나도 코 끝이 찡했다.

나도 그러니까...

아이 눈시울이 붉어지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니까...

그게 10개월을 한 몸으로 살았다는 증거인가 보다.

아이의 마음이 그냥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

 

행복을 행복으로 온전히 느낄 줄 알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준 부모에게 고마워 할 줄 아는,

바른 청년 유성이를 만난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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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보고 싶었으나 아이의 시험 때문에 나중에 보자고 미루어 두었던 영화 '마션'을 드디어 아이와 보았다. 인터넷에서 각종 스포와 '기대 이하'라는 안 좋은 평을 보고 갔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이 영화에서 제일 인상적으로 본 건 두 가지였다.

아무래도 우주에 관심이 많은 아이를 둔 엄마다 보니, 미래의 우주과학자를 키우는 엄마의 눈으로 영화를 봤나 보다, 나... 이 영화에서 마크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이, 아이가 우주를 연구하는 우주공학자가 되는 건 좋지만 직접 우주로 나가는 일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아이의 꿈에 반대되는 것이라 할 지라도 내 마음은 그렇다. 아이가 내 곁에서, 내가 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싶다.

화성에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마크가 저렇게 앉아서 '내가 죽으면 대장님이 엄마를 만나주세요...' 하면서 엄마에게 전해달라는 말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이 차 올랐다. 얼마 전에 본, 아이의 도덕 수행평가지가 아직 머릿속에 남아있어서 더 그랬나 보다. 자신이 곧 죽는다고 생각하고 유서를 쓰는 것이 도덕 수행평가라고 했고, 이렇게 쓰면 되는 건지 봐 달라고 아이가 내게 건네준 것이었다. 이제 갓 어린이 티를 벗은 아이가 죽음을 얼마나 이해할 것이며, 수행평가로 쓴 것이니 형식만 갖추어서 대충 썼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몇 줄 읽기도 전에 벌써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이 세상에서 얼마 살지도 않은 아이가 잘못을 하면 얼마나 많은 잘못을 했을 것이며, 죄를 지으면 얼마나 큰 죄를 지었을 것인가. 그런데도 아이의 유서는 지난 삶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올바르고 고지식한, 아이의 평소 성품을 생각할 때 유서의 내용은 진심일 것이었다. 그 글을 쓴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자 엄마로서 가슴이 저려왔다. '자신이 죽으면 부모님의 무덤이 보이는 곳에 묻어달라'는 유서의 끝부분을 읽고는 기어이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아무것도 해 주는 것 없이 그저 아이 뒤만 따라가기에도 벅찬 부모인데도 그렇게 해서라도 가까이 있기를 원하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서였다. '죽을 때까지 나는 아이에게 빚진 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장면에서 죽음을 예상하며 멀리를 바라보던 마크의 눈빛과 내래이션은 꼭 유서 안의 내 아이가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나를 울렸다.

두 번째로 내 눈을 끈 것은 우주역학 과학자인 리치 퍼넬이었다. 생활인으로서는 정리가 안 되고 실수 연발이지만 여섯 명의 우주인을 살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젊은 천재 과학자. 그를 보면서 과학자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했고, 평소에 늘 보는 우리 집의 미래 과학자와 비슷해 빙그레 미소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멋지다... 저것이 과학자의 모습이구나... 어쩌면 저렇게 내 아이와 똑같을까... 뭐, 이런 생각... 한편 과학자로서의 생활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그의 모습이 참 좋아 보였고, 내 아이도 저렇게 자기가 꿈꾼 일을 하면서 그 안에서 행복해 하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평소 아이로부터 우주에 대해 주워들은 게 많은 덕분인지 '인터스텔라'보다 더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라 몰입해서 볼 수 있어 좋았고, 인간에 촛점을 맞춘 영화라 더 마음이 갔다. 아이가 맷 데이먼이 '인터스텔라'에 나온 사람인 것 같다고 하더니, 지금 검색해 보니 '인터스텔라'에서 만 박사로 나온 게 맞았다. '인터스텔라'도 아이와 함께 보았건만 왜 나는 기억하지 못한단 말인가, 흑... 평소에 마초적인 느낌의 얼굴 때문에 그를 별로 관심 있게 보지 않았던 게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오늘 영화를 보는 내내 든 생각 중 하나가 '맷 데이먼이 원래 이렇게 목소리가 좋았던가?'였다. 적당히 굵으면서 감미롭고 울림이 있는 그의 목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목소리 때문에 그가 출연한 다른 영화들도 찾아 보게 될 것 같다.

영화는 주로 동네의 롯데시네마에서  보았는데, 오늘은 집에서 좀 떨어져 있는 신도림CGV에서 보았다. 동네의 롯데시네마는 가까워서 좋긴 하지만 관람 환경이 정말 짜증스러울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듯 보이는 아이들만 극장에 들여보내는 부모도 있고(그러면 그 아이들이 조용히 영화를 보겠는가. 주위에 팝콘 어지르고, 콜라 쏟고, 영화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자기들끼리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주고 받느라 떠들고... ), 아이와 함께 들어와 관람한다 해도 영화 상영 도중 자주 스마트폰 화면을 보느라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하고(어떤 엄마는 영화 상영 내내 카톡을 하고 있기도 했다. 정말 개념 없는...), 그래서 집중해서 영화 보기가 어려웠다. 돈 내고 영화 보면서 이렇게 짜증스럽게 봐야 하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여서 차라리 좀 나중에 보더라도 집에서 편하게 다운 받아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도림은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지역이라 적어도 내가 싫어하는 진상 관객은 적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오늘 '마션'을 거기에서 본 것이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한 관이 250여 명 들어가는 작은 규모인데도 좌석 간의 거리가 길어서 반 눕다시피하고 다리를 꼬아도 앞 좌석에 부딪히지 않아 좋았고, 모든 관객이 어른 관객이어서 영화 상영 도중 떠들거나 스마트폰을 꺼내 보는 일이 한번도 일어나지 않아 온전히 영화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아이도 영화 보는 환경은 여기가 훨씬 좋다고 해서 다음에도 여기에서 보는 걸로 아이와 합의했다. 기분 좋게 영화 본 후 전망 좋은 높은 곳에서 좀 비싼 걸로 저녁 먹으면서 영화 이야기로 수다도 왕창 떨었다. 집에서 나가기 전만 해도 컨디션이 좀 안 좋았는데, 즐거운 토요일 오후를 보낸 덕분에 다 잊어버렸다.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실감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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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는 거짓을 말할 수 없다.

늘 진실을 말하게 되는 게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자 진실함이다.

 

"하나님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

어려운 일에 닥쳤을 때에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힘을 달라고 기도하세요."

 

하는 말씀을 들으니 눈물이 난다.

삶의 끝자락에서 하는 이 말이 거짓일 수 있을까...

담담히, 그러나 자신있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하나님께서 큰 은혜를 베푸셔서 이분이 이후로도 오래 살면 좋겠다는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시한부 삶이라고 하지만, 어차피 모든 인간의 삶이란 시한부가 아닌가.

요동치 않고 의연하게 하나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는 모습을 보면서

슬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힘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분은 당신의 시한부 삶을 공개한 것이겠지...

하나님의 은혜와 평안이 차고 넘치시길...

용기 주셔서 고맙습니다...

 

http://news.jtbc.joins.com/html/073/NB110210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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