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도 반환점을 돈 것 같다. 2주 동안 진행된 아이의 방과후학교 수업이 끝나 드디어 진정한 방학이 시작되었다. 시간 맞춰 아이 아침밥 해 먹이느라, 미루어두었던 봉사활동 챙기느라, 책은 조금만 읽고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지 잔소리하느라... 2주 동안 내 나름 바빴다. 책 읽기를 워낙 좋아하는 아이라 책 읽는 데 시간을 덜 할애하라고 가끔 잔소리를 해야 하는데, 그 잔소리는 하면서도 매번 스스로가 공감이 안 된다. 이게 과연 맞는 말인지... 허나 부정할 수 없는 건 우리나라의 대입 환경 아래서는 맞는 말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이게 과연 맞는 교육인지... 책 읽기 좋아하는 아이에게 책을 읽지 말라고 해야 하는 교육 환경이라니... '이게 무슨... 교육이야!'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지는 오래되었다.
남은 방학은 2주가 채 안 된다. 때맞춰 무더위도 한풀 꺾인 것 같다. 아님 극한의 더위를 경험하고 보니 지금의 무더위가 견딜 만해진 걸 지도 모르겠다. 당장은 아침마다 한 번씩 후두둑 오는 비가 마음에 든다. 비 덕분에 하루의 시작이 짜증이 아닌 긍정적인 기분이라 그것도 의욕 충전에 보탬이 되는 것 같아 좋고... 밤바람이 살랑이기 시작하니 밤시간이 다시 설레는 분위기라 그것도 좋고...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은 동네라 방학 동안 동네 탐험을 해 보려고 했는데 그건 무더위 중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는 일이라 더 서늘해진 후에 하기로 미루어두었다. 바느질 실컷 해야지, 페인트칠 해야하는데 하는 마음도 미뤄두었다. 무리하지 말고 지금 가능한 일만 하면서 유유자적하기로... 여름방학은 짧고, 무더위는 기니까... 그러자니 요즘 집중하는 것이 먹기와 책 읽기. 너무 건전한가...?
수박과 참외를 좋아하지 않는 내게 여름은 천도복숭아의 계절이었는데 토마토의 간간하고 달고 새콤한 맛을 알아버렸고, 전자레인지에 5분 돌린 단호박의 부드러운 밤맛이 현미귀리밥의 단맛만큼 맛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스테이크는 시즈닝솔트로 숙성한 것이 우리 입맛에 제일 맞다는 것, 그에 어울리는 채소는 쌉싸래한 치커리나 상추쯤이라는 것에 매우 동의하게 되었다. 쯔유와 들기름으로 비벼 얼음 잔뜩 넣은 면은 두 그릇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재확인했다, 너무 더운 날엔 이마저도 포기해야 했지만... 집 안 온도를 높이지 말자는 방침 아래 외식도 자주 했는데 그 결과, 죠스보다 국대떡볶이가 내 취향이라는 점, 따로 먹으면 충분히 맛있을 고기와 채소와 빵을 함께 먹는 햄버거는 역시 내 취향이 아니라는 점, 튀김은 역시나 소화가 안 된다는 점, 회덮밥은 역시나 김뿌라가 최강이라는 점 등을 확인했다.
챙겨 보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10회에 대한 되새김질은 안 하려고 한다. 너무 슬펐다. 즐겁게, 가볍게 남은 방학을 효율적으로 누리려고 하는 현재의 내가 할 일은 아니라서...
오늘은 또 뭘 먹고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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