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그러고 보니 이렇게 일기를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오늘이 며칠인지 알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중 한 번도 달력을 볼 일이 없다. 집에서만 있다 보니 시계도 잘 확인하지 않게 된다. 활동량이 준 탓인지 배고픔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전시같은 지금의 이 상황때문에 입맛이 없는 것일 지도... 그저 배가 고프면 그제서야 먹을 생각을 하니 이래저래 하루에 세 끼를 챙겨먹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부실하게 대충 먹지는 않는다. 오늘은 모처럼 아침에 제 때에 일어났다. 드디어 바뀐 밤낮의 위치가 제대로 돌아오려나?

점심 무렵 간장떡볶이를 해 먹었다. 떡볶이집에서 나는 간간하고 달큰한 냄새로 채워진 주방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신동아쇼핑센터 지하에서 자주 사 먹던 떡볶이와 찰순대가 생각났다. 언젠가 이 사태가 진정되고 난 후 다시 먹는다면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오늘의 간장떡볶이는 대파와 양배추를 듬뿍 넣어서 만들었다. 그래서 그랬나? 유난히 달달했다. 아침밥이 다 소화되지 않아 배가 고프지 않다던 아이도 한 입 먹어보고는 먹는 속도가 빨라졌다. 평소 내가 만든 음식 맛에 스스로 흡족해 하는 나도 맛있게 먹었고, 아이도 맛있다고 했다. 그랬으면 된 거지.

다시 밤이다. 다정한 느낌을 주는 책을 읽고 자야겠다. 짧고 깊게 잘 수 있기를... 꿈 꾸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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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길어지면서 일상은 흐트러졌고, 연초에 했던 다짐은 이미 깨졌다. 마음 깊이에 숨겨놓은 채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만약 내가...', '만약 아이가...'로 시작하는 내 불안의 크기는 적어도 아이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다. 그걸 알면 아이도 불안해 할 테니까... 아까 '올해 수능도 바뀌는데 개학 3주 연기라니, 대입 일정은 변동이 없을지... 이래저래 2002년생은 실험용 쥐냐?'하는 댓글을 아이와 함께 읽고는 둘 다 공감하며 웃고 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조용히 불안의 덩어리에 1을 보탰다. 이 맘때가 되면 아이의 새 학년, 새 반은 늘 내 두근거림의 분량을 제곱해 버리곤 하는데, 올해는 거기에 새로운 분량이 더해진 것... 이번에도 역시 아이에게 들키지 않고 조용히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불안을 잊기 위해서라도 규칙적인 일상을 되찾아야 할 텐데, 밤은 늘 달콤하고 새벽은 언제나 아름답다. 어둠 속에 깨어 있는 시간이 이리 좋은 걸 보면 나의 밤낮은 이미 바뀌어 버린 것 같다. 잠이 오지 않는 그 시간, 마침 사람들도 덜 나오는 시간이니 바깥공기 마시며 산책이라도 다녀올까 하는 생각도 든다. 흐트러져 버린 일상이 그 산책으로 인해 오히려 돌아오지 않을까.

다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담담한 일상을 평온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비록 어둠 속에 깨어 있는 시간이 좋을지라도. 다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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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무렵, 열어놓은 창으로 정겨운 냄새가 흘러들어 왔다. 파를 많이 넣어 팔팔 끓일 때 나는 달큰한 콩나물국 냄새였다. 간을 잘 했는지 적당히 간간한 냄새가 좋아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잠시 슬퍼졌다. '이거다. 이게 평소 일상의 저녁 냄새였지.' 하는 생각에 코로나 사태 이전의 일상을 떠올려봤다. 언제쯤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저녁에 오랜만에 김치전을 부쳤다. 밀가루를 덜 먹어야겠다고 다짐한 후부터 전을 안 부쳤으니, 2년여만인 것 같다. 김치통에 아주 적은 양의 김치가 남아있어 그 통을 비우는 게 목적이었다. 고소한 기름에 익은 짭조름한 냄새를 풍기고 싶기도 했다. 김치를 잘게 썰어 밀가루와 섞고, 김칫물도 따라내어 훌훌 섞은 후 팬에 들기름을 둘러 부쳤다. 아이에게 계란 알레르기가 있어 전에 계란을 안 넣은지 10년도 더 되었다. 덕분에 전 부치기가 이리 간단해져서 오히려 좋다. 김치전은 딱 4장 나왔다. 맛있게 먹기에 적당한 양이다.
김치전을 하는 틈틈이 스쿼트를 했다. 지난 주부터 하루에 100개씩 하고 있다. 실내생활이 길어지면서 만든 루틴 중 하나. 오늘은 이렇게 할당량을 채운다.
이제 김치전을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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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주일만에 현관문 밖에 나갔다 왔다. 비어가는 냉장고를 채우는 것이 시급해서다. 지금의 상황을 보건대 내일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외출할 일이 있다면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하는 게 제일 낫다는 게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지켜보며 한 생각이다.

뉴스에서는 시시각각 긴급하다는 뉴스가 연이어 나오는데, 지난 주말만 해도 인근 학교 운동장에선 조기축구회의 축구하는 소리가 여느 때처럼 하루종일 들렸고, 어제까지도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소리도 들렸고, 건물 내 다른 집 사람들이 들고 나는 소리도 계속 들렸다. 나만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바보같이 이렇게 조심조심하면서 살고 있나 하는 생각에 약간은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다들 뉴스 내용은 아랑곳없이 바깥에서 평소처럼 돌아다니며 살고 있나 하는 생각...

사와야 하는 것들이 다 신선도를 따져야 할 식재료라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시장 내 마트만 다녀오기로 했다. 당연히 마스크를 먼저 하고, 일 주일 전과 달리 오늘은 안경도 쓰고 외투의 후드도 푹 눌러쓰고 장갑도 꼈다. 바깥으로 노출되는 부분이 최소한이 되도록 하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비가 오는 탓인지 길에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대부분 마스크를 썼지만 안 쓴 사람도 있어서 나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다른 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착용했으니 자신은 안 써도 된다는 생각일까, 아니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못 쓴 걸까 등등 그 짧은 순간에도 여러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 사람들이 별로 없을 테니 필요한 식재료만 얼른 사가지고 나오자는 계획으로 간 건데, 그러기엔 마트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뭐지, 이 모습은...? 다들 나처럼 장 보기를 미루고 미루다가 어쩔 수 없어서 일 주일만에 나온 사람들인가?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식재료를 고르는 손길이 여유로워 보였고, 오고 가며 몸이 닿는 것에도 거부감이 없어 보여 당황스러웠다. 어쨌든 필요한 것들을 얼른 집어서 계산대로 갔는데 거기에도 줄이...ㅠㅠ 사람들은, 확진자와 말 한 마디 없이 1-2분 동안 같은 공간에 있었을 뿐인데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지금의 이 상황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남의 일로만 생각하는 듯 어서 이 상황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말들을 주고 받고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인 지금의 이 현실이 주는 압박감때문에 이번 주 들어 좀 더 답답했기에, 후다닥 장보기라도 하고 오면 조금 시원해지려나 했는데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 의협에서도 다음 주 1주일은 휴가를 내서라도 모두가 집에 머물자고 제안할 정도인데... 다 같이 합심해서 이 심각한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면 좋겠는데, 다들 내 마음같지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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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다가, 아니야 하는 생각에 그만두었다가, 다시 쓰고 싶었다가 하는 그런 나날이었다. 추위는 풀렸는데 나갈 수 없는 나날, '오늘은...' 하며 희망을 품었다가 뉴스를 보고는 조용히 희망을 내려놓는 그런 나날, 하루하루가 버티는 나날이 되어버린 게 언제부턴지 이제는 모르겠다. 이번 주부터는 뭘 미루지 말고 그냥 그때 그때 내 일상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주춤거리는 동안에도 시간은 가고, 나의 소중한 인생이 흘러가고 있으니까... 기온이 올라가는 낮 동안에 창을 열어놓고 지내기 시작했다. 나가지 못하는 대신 바깥 공기라도 맡고 싶어서, 그 선선한 바람이 좋아서... 모처럼 미세먼지도 없이 하늘이 이렇게 푸르고 계절이 이렇게 좋은데, 흉흉한 소식만 들려오는 현실이 안타깝고 속상하다.

마치 전쟁이 터진 듯한 현실 속에서 기분 전환 삼아 본 드라마가 시선을 끈다. 따뜻하고 온화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굿나잇 책방이, 그보다 먼저는 내 귀가 단번에 알아챈 곽진언의 노래가, 수줍은 가운데 진심이 녹아있는 은섭의 책방일지가 내 마음을 끌었다. 일기를 써 보자는 마음을 다시 불러일으킨 게 바로 '야행성 점조직 굿나잇 클럽 회원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은섭의 책방일지였으니... 하루하루의 일상을 담담하게 적으면서 불안, 초조함 등으로 점철된 이 현실을 버텨보려고 한다. 은섭과 해원 사이에 오가는 감정에 설레어 하기도 하고, 은섭의 책방일지를 듣고 키득거리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보려고 한다. 해원이 한동안 책을 읽지 않은 이유가, 내가 꽤 오랫동안 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그리고 오해에 대한 해원의 생각도 나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목해원 그녀도 눈여겨 보고 싶어졌다. 이렇게 현실에서 벗어나 낭만적인 꿈을 꾸어보려고 한다.

예전에 누군가의 질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 나쁜 일은 물론이고 기쁜 일도 일어나지 않는 밋밋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꿈이라고 대답했었는데, 그 마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요즘은 더하다. 외출은커녕 현관문 밖조차 나가지 않는 요즘, 일어날 때, 잠들 때마다 감사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이러다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스르르 1월 20일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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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집순이인지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 밖에 잘 안 나가고, 한 번 나갈 일 있을 때 모든 바깥일을 다 해결하고 들어온다. 두통이 한 번 휘몰아치고 지나간 후가 주말이었다. 모처럼 두통도 사라지고 그래서 도서관에도 다녀오고 장도 보고, 주일에는 잠시 고민하긴 했지만 예배도 드리고 오고 그랬다. 그 때까진 괜찮았는데, 다음 날 다시 시작된 두통... 근육통과 콧물, 오한이 같이 몰려왔다, 하필 이 어수선한 시기에... 병원에 가자니 열이 나는 것 같지 않아서 타이레놀 콜드와 타이레놀 이알을 증상에 맞게 먹어가며 버티고 있었다. 밖에 나갔다가는 바이러스만 뭍혀올 것 같아서 집에서만 있었지만, 아이가 겨울방학이 끝나 등교를 해야 하는 시기였기에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 먹이고 등교 준비 해서 학교 보내고, 그러고 나면 또 어찌어찌 앉아서 하루를 보내게 되곤 했다. 그랬더니 아픈 데다가 수면 부족까지 겹친 탓인지 종업식 날인 어제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서는 그냥 드러누워 버렸다. 두통이 심해 속이 울렁거려 뭘 먹을 수도 없었다. 

학교에 가긴 했지만 1시간 후 하교한 아이는 다행히 스스로 점심을 챙겨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 있었다. '아, 내가 챙겨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점심도 마다하고 누워 있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아이가 매실청 넣은 뜨거운 차를 만들어 왔다. 그걸 두 컵 마시고서 울렁증이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쿡쿡 쑤시는 두통 때문에 어제는 모든 걸 내려놓고 그저 몸이 하자는 대로 잠만 잤다. 무슨 잠이 그렇게 오는지... 두통이 심하니 커피 마시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더라는... 약을 먹어도 어차피 두통이 나아지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속이 너무 울렁거려서 약도 안 먹고 그저 생으로 앓으며 잤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자고 일어난 게 오늘 아침이었다. 두통이 있긴 하지만 어제보다는 덜한 것 같아 느즈막히 일어나 커피 물부터 끓였다, 오늘의 두통은 카페인이 들어가면 나을 것 같아서... 정신이 돌아오고 나서야 늦었지만, 학교생활 1년을 또 한 번 무사히 끝낸 아이에게 고생했다고 등도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식사 준비를 하며 진하게 내린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자니 머릿속을 휘감고 지나가는 카페인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조금씩 기운이 났다. 일어나야지, 나는 엄마니까, 하는 생각도 날 움직이게 했다. 아이는 내가 일어나 다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나 보다. 미안하다, 자주 아파서...ㅠㅠ 오늘은 두통이 좀 가라앉은 대신 목이 아프다. 아무래도 감기 바이러스가 들어와서 내 몸 여기저기에서 활개치고 있나 보다. 독감도 이겨낸 나의 면역력아, 고개를 들라~

도서관에도 가고 싶고, 장도 보러 가고 싶고, 동네 맛집에 김밥도 사러 가고 싶고 꽈배기도 사러 가고 싶다. 오늘처럼 하늘이 푸르고 덜 추운 날에는 산책도 가고 싶다. 나쁜 바이러스들, 얼른 사라지면 좋겠다. 할 일 많단 말이다~

 

p.s.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처음으로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씨의 살신성인이 헛되지 않게 이 난리가 얼른 해결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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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약을 먹지 않으려고 꼬박 하룻 동안 참았다가 안 되어서 결국 타이레놀이알을 먹었는데, 약효가 딱 4시간, 그 시간 동안도 두통이 완전히 없는 게 아니라서 고생 중이다. 두통과 함께 온 몸이 으슬으슬하고 콧물도 계속 나는 걸 보면 감기에 걸렸을 때 나타는 증상이 다 나타나고 있는 건데, 문제는 시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수선한 이 때 하필... 병원에 가는 게 더 위험한 것 같아 일단 버텨보려고 한다.

얼른 나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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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마지막 업무가 오늘 오전에 끝났다. 내일도 또 볼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끝까지 착하고 따뜻한 사람들과 이별해야 하는 시간이었기에 마음이 조금 아렸다. '일이 힘에 부쳐 길게 느껴지던 한 해였는데, 내 일상에 이토록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난 2019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나 보다.' '하지만 올해도 또 그렇게 살 수는 없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일터에서 돌아오는 길... 이런 날에는 우울에 가라앉기 전에 일상의 정신없는 영역으로 빨리 들어가야 한다.

계획했던 대로 대형마트에 들렀다. 바이러스 때문인지, 오전이어서인지 한가해서 휴대전화 메모장의 리스트를 체크하며 천천히 장을 봤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음악덕분에 긴 쇼핑 시간이 지루하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눈으로 물건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하는 이런 쇼핑은 인터넷으로 하는 쇼핑이 대신할 수 없는 정취가 있다. 뭘 그리 많이 사지 않았지만 충분히 보고 생각하고 고른 물건들을 품에 안고 돌아오는 길은 기분 좋았다. 

연휴 동안에 오랫동안 써온 좌탁의 다리가 하나 망가졌다. 철제다리가 부러진 것이고, 그것이 충분히 오래 사용한 결과가 초래한 자연스런 결과라는 걸 인정하기에 굳이 고칠 마음이 없었다. 쓰던 물건이 망가지면 고쳐 쓰고 또 고쳐 쓸 정도로 소유한 물건의 양을 늘이기 싫어하고 쓰레기를 만들기 싫어하지만 이번에는 얼른 인터넷에서 적당한 물건을 골라 주문해버렸었다. 오늘 드디어 좌탁이 배송되었는데, 예상한 것보다 더 쓰임에 적합한 사이즈인 데다가 이전의 것보다 크기가 작아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니 방도 좀 더 넓어보여서 또 기분이 좋아졌다.

TV를 켜니 '귀여운 여인'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어른아이의 성장, 타인과의 진정한 교감을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아직까지 0순위에서 밀려나지 않은 영화이고, 이 영화 때문에 나는 줄리아 로버츠를 좋아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어 그것만으로도 좋은데, 다시 봐도 역시 마음에 든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게 되고, 올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마음을 다잡게도 된다. 우울하고 슬플 때 그 기분이 나를 잠식하게 두지 않고 이렇게 좋은 것들을 보내 나를 위로해주고 품어주는 그분덕분에 오늘은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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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로 독감약 복용이 끝나고 아이도 일상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콧물도 많고 호흡기 전반이 안 좋긴 하지만, 아이의 상태가 안정적이고 가벼워 보여 이제야 마음을 놓은, 그런 하루가 갔다.

고생은 아이가 다 했겠지만, 늘 아이가 아프면 어릴 때 아이가 앓던 밤들이 주르륵 떠오른다. 내가 고생한 기억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아이의 모습, 아프다고 말하는 옹알거림, 울음소리가 생생하게 재생되는 것이다. 그 때도 아이는 어지간하면 아픈 내색을 안 해서, 나중에 발견한 후 더 속상해 했던 그런 기억... 내겐 아프면서 미안한 기억이어서, 열로 끙끙 앓으면서도 어릴 적에 앓던 이야기들을 들려달라고 하고는 남의 이야기처럼 듣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망각은 정말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아이라도 그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 전염력도 없다 해서 앓는 동안 덮었던 아이의 이불커버며 패드, 베개커버를 몽땅 세탁해서 널었다. 목화솜이라 세탁하기 어려운 이불 속통은 환기가 잘 되는 곳에 널었다가 알콜을 흠뻑 뿌려 말린 후 새 커버를 씌웠다, 베개도 마찬가지로 알콜을 뿌린 후 새 커버를 씌웠다. 이것만 하는 데에도 몇 시간이 훌쩍 갔다. 어제는 쇠고기를 큰 덩어리로 배송 받았다. 앓는 동안 아이는 차려주는 대로 평소와 같은 양의 밥을 꼬박꼬박 먹었지만 숟가락질의 속도는 슬로우모션이었다. 입맛이 없지만 나 생각해서 먹어주는 것...ㅠㅠ 단백질 보충해 빠진 살 좀 붙여 볼 생각으로 아이가 앓는 동안 주문한 것이었다. 문제는 한 덩어리로 와서 내가 직접 잘라야 했다는 것. 근막이나 힘줄은 구우면 쫄깃해지는 식감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부위라 슬라이스해서 따로 모으고, 살코기는 스테이크로 먹을 수 있게 잘라서 소분했다. 냉동실에 넣으니 마음이 든든... 오늘 그 중 한 봉지를 꺼내 구웠는데 다행히 맛도 있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대로 소금, 참기름에 찍어 먹게 했더니 먹는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다. 그것만으로도 뿌듯... 걸려오는 전화 한 통화, 문자 하나 없이 그저 오늘 하기로 계획한 일들을 조용히 하나씩 해나가는 하루... 그게 내가 바란 일상이었다. 그래서 모처럼 마음이 평온한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더욱 더 감사하다.

'슈가맨' 7회, 귀가 즐거워서 이미 본 방송임에도 또 보고 있다. 별이 진다네, 옛 친구에게, 운명은 지금도 여전히 즐겨 듣는 여행스케치의 노래들인데 이제야 소개되다니... 대중에게 메이저급의 인기를 끈 팀은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시인과 촌장도 소개될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싶다. 귀도, 마음도 감사한 하루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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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젯밤에도 열이 많이 올랐다. 인후통도 계속 있고, 콧물도 여전히 많이 난다고 했다. 독감약을 먹는다고 바이러스가 바로 죽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따뜻한 물을 마시면 좀 나아지는 것 같다고 해서 텀블러를 아이 머리맡에 두고 잔 밤이었다. 열 때문인지 손발이 계속 차가웠지만 몸은 좀 가벼워진 것 같다고 해서 그나마 조금은 긴장을 풀고 잤다.
아침에 깨자마자 아이 이마부터 짚어봤다. 아이는 밤새 잠을 설치다가 아침에야 단잠에 든 것 같았다. 다행히 열이 잡힌 것 같았다. 체온계로 재어보니 37도 조금 넘었다. 독감약을 먹어도 하루는 앓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걸 아이의 고생을 통해 배웠다는 게 마음 아프지만...ㅠㅠ 창문 열어 환기부터 하고 아이가 마실 물을 끓였다. 아이는 밤에 텀블러의 물을 다 마셔서 알아서 물을 더 채워넣어 마셨다고 했다. 평소 물을 너무 안 마셔서 물 마시라는 잔소리를 자주 했는데, 독감으로 앓는 동안에는 안 해도 될 것 같다. 서둘러 아침 먹이고, 독감약과 감기약도 먹였다. 그러고 나자 아이는 다시 잠들었다.
간병하는 사람이 할 일이라고는 관찰과 기다림밖에 없다. 그래서 킐팅조끼를 꺼냈다. 아이가 뱃속에 있던 겨울에도 입었던, 의미 있는 조끼다. 오래되어 바이어스가 헤져서 수선할 필요가 있었는데,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밀쳐두고 있었다. 간병하는 동안 하기에 딱 좋은 일감이다. 세탁기에서는 아이의 빨래가 세탁되고 있다. 다 낫고 난 후엔 이불 빨래도 대기 중... 얼른 낫기나 해라~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