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39도 열, 두통, 인후통, 오한, 약간의 종아리 통증과 온 몸 여기저기 아픔, 기침과 가래, 콧물... 아이에게 나타난 이 증상들은 어제 병원 다녀온 후에도 약 먹으면 좀 나아졌다가 약효 떨어질 쯤 되면 다시 나타나길 반복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약을 먹어도 열이 38도 가까이 오르고, 심한 인후통, 가래가 나아지지 않아 어제부터 독감 증상에 대해 계속 검색하고 있던 중이기도 했다. 게다가 어젯밤에 열이 오르지 않는데도 아이가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거리고 자는 걸 보고나니 더 고민할 수가 없었다. 어릴 때 고열 때문에 얇은 이불 하나 덮게 하고 창문도 열고 잤던 겨울밤들이 떠올라 나도 밤새 잠을 이루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아이를 생으로 앓게 할 순 없다, 독감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독감 검사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병원에 갔다.
역시 의사는 문진 후 독감 검사부터 하자고 했다. 결과는 의심할 여지 없는 독.감... 주사 맞고 약 먹으면 1~2일 사이에 열도 떨어지고 몸도 가벼워진다고 하니, 아이가 더 이상 힘들지 않겠구나 싶어서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다. 약국에서는 어제 독감 검사 하지, 괜히 하룻동안 고생했다며 아이를 안스러워 했다.
집에 오자마자 간식 먹인 후 바로 약을 먹였다. 주사 덕분인지, 약효 덕분인지 몰라도 고통스러웠던 인후통이 사라졌고 아이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혹시 나타날지도 모를 약의 부작용을 조심스레 설명하며 집이 몇 층인지, 1~2일은 아이 혼자 두지 말고 지켜보라고 한 의사선생님의 말이 마음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지만, 그건 내 몫의 일이니 지금은 그저 아이가 살 만한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좋다.
사실 어제부터 격리 중이긴 했지만 5일간 격리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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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잘 버틴다 싶었다. 늘 겨울이면 아이가 아팠다. 크리스마스 전후면 드러내지 않아도 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3살 무렵 아이가 그 시기에 정말 크게 아픈 이후 그 맘때엔 늘 그랬다. 그러다 이젠 다컸으니 괜찮겠지 하고 마음 놓고 있었나 보다. 그랬는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 날이다., 오늘은...

독감이 의심되는 증상들이 나타나 아이가 병원에 다녀왔다. 열이 나면 순식간에 40도까지 확 오르는 게 아이의 열 진행방식이었기에 열이 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긴장했다. 병원에서는 내일까지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병원에 와서 독감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기침이 계속되어서 일단 아이 호흡기의 습도 유지를 위해 마스크를 쓰게 하고, 약 기운이 잘 퍼지도록 자게 했다. 다행히 조금 자고 일어난 아이는 몸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열은 그대로다...ㅠㅠ 아무래도 정말 내일까지 지켜본 후 판단해야 할 것 같다. 그때까지 나의 역할은 관찰자...

스탠바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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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참신해서 보기 시작했다가 대사 때문에 빨려들어간 드라마였다.
박모건과 배타미의 대사는 솔직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자신의 의도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객관성 100%인데, 그래서 더 설레고...
송가경과 그 남편의 대사는 감정을 숨긴, 그래서 어색하기도 한데, 묘하게 따뜻하고...
서로의 영어이름을 부르는 바로의 직원들이 주고 받는 대사는 건조한데 무미가 아닌 듯 서로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대사의 매력이 어마어마했던 드라마였는데, 지금 케이블에서 하니 또 시선이 머물 수밖에...
다시 봐도 좋다. 한편 내가 한 말들을 돌아보게 된다. 일터에서, 집에서 내가 쏟아놓은 말들은 어떻게 들렸을까...?
지금 당장의 생각은, 저런 말들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것. 할 말은 하되 상처 주지 않고, 상처 주는 말을 해야 할 때에는 감정 넣지 말고 객관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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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있던 아이의 병원 진료를 어제 드디어 해결하고, 긴장감이 풀려 양껏 잔 밤이었는데... 역시 오래 자봤자 남는 건 뒤끝 나쁜 꿈뿐이다. 왜 많이 잤을까, 이럴 줄 알면서...ㅠㅠ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악몽이 확실한 것 같아서... 머리도 무겁고 아직까지 찜찜함 가득...ㅠㅠ 이럴 때에는 몸을 움직여야 한다. 미뤘던 집안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시그널이라고 생각하자. 빨래, 청소, 옷 정리 등등... 그래도 안 되겠으면 산이라도 올라갔다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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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데, 마무리되지 않은 2019년의 업무를 마감하느라 분주하다. 인터넷의 폐해다. 재택근무라니...ㅠㅠ 내가 실수한 일이면 자책하면 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방학 전에 끝냈어야 하는 일인데, 그 땐 뭐하고 있다가 지금까지 이럴 일이냐... 모자란 인간들은 끝까지 모저라도, 실망스러운 인간들은 여전히 실망스럽다. 그러면서 우물 안에서 "우린 잘났어~"하며 자기들까리 토닥토닥하는 그 엉망진창인 별세계에서 뚜벅뚜벅 걸어나오기 잘 했다 싶다. 하지만 오늘까지 그 뒤치닥거리를 하자니 좋은 말 안 나온다.

지금 나를 위로해주는 것은 드라마의 부드러운 음악과 남자주인공의 따뜻한 마음뿐... 토요일 밤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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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기에 들어온 게 꼬박 한 학기만이구나. 그동안 나는 누구였던 것일까. 어떤 삶을 산 것일까. 그래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채우는 것 없이 내 안에 든 것을 퍼내고만 살았다는 생각도, 그리고 그런 현실 속의 삶을 끊임없이 부정하면서 살았다는 생각도 든다.

한 학기가 가고, 정말 갈까 싶었던 일 년이 갔기 때문이다. 다시 여기에 자주 들어오게 될 것 같다. 이제는 '나'로 살 것이니까...

 

p.s. 의미심장하게 이 짧은 글을 쓰다가 뭔가 고소하게 눌어가고 있는 냄새를 맡았다. 앗, 찐 고구마!!! 내 팔뚝보다 굵은 밤고구마를 토막내어 연속해가며 찌고 있는 중인데(토막내고 보니 많더라는...), 드디어 마지막 냄비째를 찌고 있던 중 태울 뻔한 위기를 모면한 것. 얼른 물을 채워넣었으나 고소한 냄새는 이미 집안 가득 퍼.졌.다...ㅠㅠ 겨울밤의 천연방향제를 집안 가득 뿌렸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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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이 시작되자 개학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훅 밀려왔다. 아울러 방학 동안 하겠다고 야심차게 들고 온 일거리들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훅~... 방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쯤이야...'하는 마음이었으나 방학이 끝나가는 지금에 와서는 눈덩이처럼 커 보이는 걸 보니, 역시 '일'은 하기 싫은 법이다. 더 미뤄두었다가는 더 하기 싫어지고, 결국 풀어헤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다시 일터로 들고 가게 될 것 같아서 오늘 꺼내 펼쳤다. 웬일인지 오늘은 어제보다 일하기 싫은 마음이 덜해서... 개학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슬슬 마음도 준비시키나 보다. 그 덕분에 들고 온 일 중 상당량을 해결했다, 오늘 하루 바짝 집중했더니... 잊고 있던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나는 바쁠 때 더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놀 때는 아예 펑펑 놀고, 일단 일을 손에 잡으면 그 와중에 미루어두었던 집안일도 해가며 결국 일도 다 하고 만다는 것. 이러니 일이 끊임없이 몰려드나?

 사실 개학을 의식한 것은 주일에 미용실에 다녀오고부터다. 여름 내내 자르지 않아 묶일 정도의 단발머리가 되어버린 곱슬머리가 어찌나 제각각의 방향으로 뻗치는지 이제는 감당이 되지 않아 자를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간 것이었다. 지금 자르면 일주일쯤 후에는 딱 자연스러운 모양새가 되기도 해서... 전에 커트하러 들렀을 때에는 조금 기르면 더 보기 좋을 거라고 말하더니, 이번에는 이 더운 여름에 왜 이렇게 치렁치렁하게 길렀냐고 말하는 미용사.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역시 남의 말은 귀담아 듣는 게 아니다. 그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를 테니까... 어쨌든 오랜만에 짧게 머리를 자르니 정말로 머리의 무게가 가벼워진 것 같아 기분이 가벼워졌다. 그래,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개학을 맞이하고 싶다. 시간에 떠밀려 마지못해 맞이하는 것말고...

 개학을 맞이하려면 무엇보다 수면시간부터 되돌려야 할 텐데, 지금으로서는 '닥치면 해결되겠지.'가 최선이다. 3시-9시가 자연스런 수면시간인 사람이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일은 연습하고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저 현실로 맞이하면 어찌어찌 해결되더라는 게 그 동안의 경험으로 얻은 답이다. 이런 식으로 개학 이후의 생활을 하나하나 머리로 예상해보고 있으나 대부분 닥친 후에 해결하자는 결론으로 끝낸다. 성경 말씀대로 오늘의 걱정은 오늘로 족하고, 내일 일은 내일이 걱정할 것이이까... 금쪽 같은 시간을 사서 걱정하는 데 쓰지 말자는 것인데, 이 부분은 아직 연습 중이다, 성격상 한 번에 툭 털고 돌아서는 게 잘 안 되어서... 오늘은 알람을 개학 이후의 일상에 맞추는 걸로 일단 끝. 남은 일들은 내일 생각하자,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일어나지 않은 밋밋한 오늘의 행복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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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드리고 장 봐서 돌아오는 길. 버스를 타고 오는데, 앞유리로 보이는 시야가 이상했다. 분명 화창한 날인데, 다음 정류장쯤인 저만치 앞이 뿌옇게 되어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저게 왜 저러냐며 말하는 사이에 버스는 다음 정류장 가까이에 이르렀고, 순식간에 버스는 폭포처럼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의 감옥에 들어서 버렸다. 뿌옇게 보이던 것의 실체는 엄청난 세기로 오는 비였던 것이다. 같은 지역에서 이렇게 날씨가 다를 수가 있다니 신기했다. 허나 스콜처럼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져서 곧 내려야 하는 우리로서는 난감했다. 버스에서 내린 후 좀 걸어야 했기에... 비 맞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샤워보다 더 세찬 저 물 속으로는 선뜻 나서기 어려웠다. 일단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내려 최대한 집 가까이까지 가는 버스로 갈아탄 후 비가 좀 덜 내릴 때까지 정류장에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10분을 기다려도 비는 계속 많이 오다 적게 오다 할 뿐 그치지 않았다, 하늘은 먹구름이 물러가고 있는데도... 결국 비가 좀 덜 올 때 버스 정류장 지붕을 벗어나 뛰었다. 그러면서 좋았다. 비를 맞는 게 얼마만인지... 이런 날의 징크스는, 이렇게 비 쫄딱 맞고 목표지점에 도착하고 나면 바로 비가 멎는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목표지점에만 있었던 사람들은 젖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마치 나만 샤워하고 물기 닦지 않고 나온 것처럼 나만 젖어있게 된다는 것... 오늘은 그 징크스에서는 예외적인 날이다. 집에 도착하고나서도 비는 한참 동안 더 왔으니까...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도 좋고, 내리꽂히는 빗소리도 좋아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비 덕분에 기온이 떨어져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해가 지니 창 밖 우거진 덤불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아... 벌써...

문제는 비를 맞은 탓인지 지금 좀 으슬으슬하고 몸이 무겁다는 것... 집에 들어오자마자 뒷처리 잘 했는데...ㅠㅠ 모처럼 비 맞아 기분 좋았는데, 이 좋은 기억을 잘 간직할 수 있게 하루를 잘 마무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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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이 길어지고 있다. 몸의 연약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울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뿐이다.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나중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어떻게 해결할까?' 정도...

엊그제 하루종일 4시간 간격으로 약을 먹어도 두통이 사라지지 않아 저녁에 결국 사혈도 했다, 계속 약만 먹는 게 좋은 해결방법인 것 같지는 않아서... 엊그제는 뭘 먹지도 못할 정도로 두통이 심해서 커피도 거의 못 마셨는데, 어제는 아침부터 일어나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약간의 카페인이 두통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어서 두통이 심할 때면 커피도 약처럼 동원할 때가 있다.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두통이 좀 덜해지는 것 같아서 저녁에 동네 도서관에 다녀왔다. 반납해야 할 책이 6권이나 있었고, 땀 흘리며 다녀오고 나면 두통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한 일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집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밖에 나가보니 해가 지고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더 덥고 습했다. 계속 오르막길인 도서관까지 가는 길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도서관에서 책을 반납하고나자 기운이 다 빠져 버렸다. 몇 가지 전조증상이 나타났고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빨리 집으로 돌아가 누워야 할 것 같았다. 두통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이왕 나온 김에 최애 간식 꽈배기와 핫도그는 사 가지고 가고 싶어서 조금 돌아서 집에 왔다. 체력을 이기는 식탐이라니... 집에 와서는 사 온 간식 먹고는 TV 보다가 스르르 잠들었다. 어차피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뭘 할 생각이 없었다. 이럴 때 TV는 좋은 벗이다.

쉰 덕분인지 오늘 두통도 조금 덜하고 몸이 가벼워져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프다고 이 귀한 시간을 계속 흘려보낼 수는 없다. 소중한 내 일상을 살아야지. 커피 몇 잔에 힘 입어 미뤘던 빨래도 하고 TV에서 영화 '원더'도 보고 인터넷도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그러다 우연히 독일에 사는 두 사람의 사이트에 들어가게 되었다. 둘 다 성인이 되어 독일에 가서 살면서 느낀 점을 적었는데 서로 다른 관점을 보이는 부분이 있어서 중간에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다른 글들을 이어서 읽게 되었다. 독일에 거주 목적으로 가려면 독일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게 기본이라는 점, 독일 사람들은 주관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뿐 그리 친절하지 않다는 점, 독일 부모들도 자녀가 직업학교에 가기보다는 대학에 진학하기 원하기 때문에 고등학교의 수준과 질을 따지고 치맛바람이 존재한다는 점 등등 현실적인 독일에서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자 최근 들어 더욱 뼈저리게 느낀 한국에서의 팍팍한 삶에 조금 위안을 받았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두 가지였다. 첫째, 독일어를 다시 공부하고 싶다. 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배운 이후 대학교 1학년 때까지 공부하고는 손을 놓았었는데, 다행히 아직 읽을 줄은 아니 다시 공부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둘째, 나는 정말 독일 사람 같은 성향을 가졌구나... 역사에 조예가 깊은 아이가 늘 말하길, 나는 독일인 같다고, 독일 가면 정말 잘 어울릴 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럴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독일에 꼭 여행가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독일어를 다시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추가되는 건가...?

이상, 몸의 연약함에 잠식되지 않고 꿋꿋이 일상을 살아나가는 나의 정신에 화이팅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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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는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이 뒤엉켜 있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두통 때문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제 큰 에어컨 들이느라 오후 내내 준이사 수준으로 무리한 탓인지, 나도 모르게 습격 당한 감기 바이러스 탓인지, 아니면 아플 때가 된 탓인지... 비가 다시 쏟아지기 전에 에어컨 들여서 다행이고, 제습기능으로만 돌려도 피부에 닿는 공기가 보송보송해서 삶의 질이 확 올라간 느낌이라 그것만으로도 무리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프긴 왜 아픈 건지... 아픈 건 아플 때가 되어서 아픈 걸로... 한동안 아프지 않고 잘 지냈으니까 그걸 오히려 감사하려고 한다. 두통약 먹으면서 버티고 있는데, 4시간쯤 지나면 귀신같이 두통이 몰려온다, 약 설명서에 써 있는 대로...

나는 내가 여름에 힘든 이유가 높은 온도 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습도 때문이었나 보다. 냉방을 하지 않고 제습만 하는데도 신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다. 더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 하루종일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일터의 환경이 시원해서 좋기도 한 반면 그 기분 나쁜 으슬으슬함이 참 싫었는데, 제습만 하니 적당히 시원해서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여름이면 너무 기운이 없어서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는데, 운신의 폭이 넒어졌다고나 할까? 이러다 안 그래도 집순이인 나, 더 집에서 못 나갈 것 같다. 이래저래 꼼짝 못하는 하루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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