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피곤했던 하루. 뭐 이런 월요일이 다 있나 싶게...
뉴스가 막 시작될 즈음, 까무룩 잠이 들었나 보다.
잠결에도 내내 TV 소리를 들으면서
'저걸 꺼야 하는데... 꺼야 하는데...' 하면서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한잠을 제대로 자야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잠을 제대로 자고 일어난 게 이 시각이다.
혼자 떠들고 있던 TV부터 끄고
자기 전에 했어야 했던 집안 정리를 이제야 하느라
이 방, 저 방 사브작거리며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모든 게 낯설다.
아... 아직 정신이 다 돌아오지 못했구나...
샤워하고 나니 정신은 좀 또렷해진다.
그러나 마음은...
뭔가 위안이 필요해.
다시 TV를 켰다.
케이블TV에서 드라마를 하고 있다.
이것, 본방을 챙겨보는 유일한 드라마인데...
이번에 보면 세 번째 보는 건데...
그래도 본다.
왜냐 하면 위안이 필요하니까.
주군을 빗댄 도자기 이야기,
염소와 늑대 이야기,
달달한 강사탕 이야기,
레이다와 방공호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윤미래의 그 목소리...
세 번을 보니 모든 비유가 완벽하게 이해가 되네.
난 이렇게 비유적인 대사가 많은 드라마가 좋다.
머리 쓰게 만드니까...
그리고 계산할 필요조차 없어보이는 남녀가 밀당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설레이게 만드니까...
이 설레임이 좋아서 드라마를 보게 된다.
실제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이렇게 설레임을 주는 사람이 좋다.
내가 인간을 좋아하는 유일한 이유다.
강해 보이는 그 누구도 사실은 손 잡아주고 싶도록 약한 구석이 있다는 것...
꼭 껴안아주고 싶게 만드는, 진심어린 눈물 한 방울은 가지고 있다는 것...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드라마에 집중하다 보면
현실에서 받은 상처에 조금은 둔감해진다.
이것도 힐링이라면 힐링이겠지.
완전히 치유받지는 못하지만...
다 똑같은 인간인데 누가 누굴 치유하겠어...
다시 잠들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하나,
쌀 주문하기.
식구는 적지만 쌀은 20kg씩 사다 놓고 먹는데,
식구가 적은 데다가 현미와 섞어 먹으니 20kg 한번 사면 한참 먹는다.
햅쌀 나올 시점에서 쌀이 떨어져서
이번에는 맛있는 쌀을 사게 된 셈.
요즘에는 집에서 컴퓨터를 좀 오래 들여다 보고 있으면 울렁거린다.
일터에서 수업 외의 시간엔 내내 컴퓨터에 코 박고 있다 와야 해서 그런가.
컴퓨터울렁증이라니...
어찌 되었건 오늘은 주문해야 한다. 불끈.
나이 들었어도 소지섭, 저 사람은 참 멋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