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연말에 했던 프로그램인 것 같은데, 지금 KBS1에서 나온다.
<2017 김광석, 시대를 노래하다>
영상에 나온 모습도, 목소리도 너무나도 생생해서 더 마음이 저리지만,
20년 전 하늘나라로 간 가수를 살려내다니 과학의 힘은 정말 놀랍다.
난 김광석씨의 노래 중에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와 '나의 노래'를 가장 좋아하는데,
김광석씨의 동갑내기 친구인 박학기씨도 그러하다고...
아까 낮에 본 기사를 옮겨본다. (http://news1.kr/articles/?2897720)
----------------------------------------------------------------------------------------------------
'감성과학-환생', 왜 김광석이냐고 물으신다면(인터뷰)
홀로 세월을 비켜간 듯, 그리웠던 목소리를 들려주며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고(故) 김광석(1964~1996). 텔레비전에서 그의 모습을 본 순간 시청자들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흰색 스트라이프 셔츠에 도트 무늬 넥타이, 낡은 청바지, 갈색 통기타까지, 모든 게 21년 전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28일과 29일 방송된 KBS1 시사 교양 프로그램 '감성과학 프로젝트-환생' 1, 2부는 '가객' 김광석을 우리 앞에 소환해 놀라움을 안겼다. 이 새로운 시도의 프로그램은 고인의 모습을 재현한 정교함은 물론, 그를 가슴속에 묻은 지인들을 위로하고 현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특히 '환생'은 21세기 디지털 방송 기술의 집약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다큐멘터리가 일반적으로 택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과는 달리, 김광석 본인의 관점에서 이뤄지는 스토리텔링도 인상적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그동안 몰랐던 김광석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고, 그가 새롭게 선사한 컬래버레이션 무대도 감상할 수 있었다.
KBS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새로운 인물들을 재조명할 계획이라고. 이에 뉴스1스타는 '환생'을 기획한 전인태 PD와 시각특수효과팀을 총괄한 배수연 감독을 만나 프로그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하 전인태 PD, 배수연 감독과의 일문일답.
Q. 방송을 보고 너무 사실 같아서 놀랐어요. 그래서 인터뷰를 요청했고요. 어떻게 이 작업을 기획하게 됐나요?
"저희 프로젝트 이름이 '감성 과학'이잖아요. PD로서 기획한 건 7~8년 전이에요. 당시 과학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하다가 과학 자체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것보다 기존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반 사람들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러던 중 고인이 된 사람들의 영상을 봤는데 묘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뭔가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같았어요. KBS 다운 콘텐츠로 만들 만한 무언가가 말이에요.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감성과 과학의 융합이에요. 과학을 도구로써 사용해 감성을 어떻게 터치하는지가 중요하죠. 기존에 불가능했다고 여겼던 감정 연대, 그리고 현재 감정적으로 분열돼 있는 대한민국 사회를 좀 더 인간적인 관계로 맺어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이를 위해 홀로그램이라는 기술을 사용한 거고요. 하지만 기술이 먼저는 아니에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기술은 감성의 폭을 확장시켜주는 콘텐츠일 뿐이죠. 우리는 그걸 계속 콘트롤하며 어떤 스토리를 이야기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해요. 그게 바로 감성이고요. 전 그래서 '환생'을 보실 때 시청자분들이 과학보단 감성에 초점을 맞춰주셨으면 좋겠어요."
Q. 첫 번째 주인공으로 김광석씨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우선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처음엔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이었어요. 대학 시절 동아리 선배들이 김광석씨의 노래를 따라 하곤 그랬죠. 나이를 먹다 보니 '왜 그토록 그 형들은 그때 여학생들 앞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불렀던 것일까'하고 궁금해지더라고요. 음악적 팬이라는 의미보다 김광석씨가 왜 그토록 많은 사람에게 의미가 있는지가 궁금했죠.
이와 더불어 이 프로그램의 제작이 결정됐을 때, 일반 대중들이 사랑하는 콘텐츠를 좀 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프로그램이 감성 과학 프로젝트인데 따뜻한 공학 기술과 세련된 인문 과학의 만남이라는 뜻이거든요. 따뜻한 공학 기술의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가장 아날로그적인 인물을 선택하고 싶었고 그러던 중 김광석씨가 떠올랐죠."
Q. '환생'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나요?
"저는 김광석씨와 동시대 청춘을 보낸 386세대에게 한 번 묻고 싶어요. 이미 기득권이 돼버렸지만 한때는 순수했던 그분들에게요. 제가 대학을 대닐 때도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 아래 모인 커뮤니티가 있었거든요. 당시 우리가 꿈꾸던 세상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청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크고요. 앞으로 더욱 진심으로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말을 건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20년 전 분명히 있었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 지금은 나뉘어버린 두 세대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Q.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요?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3가지 목표를 세웠어요. 개인으로서의 김광석, 직업인으로서의 김광석,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김광석을 담아내고 싶었죠.
먼저 개인적으로서 김광석씨가 지난 1996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지키지 못했던 친구와의 약속을 복원시키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대표적으로 박학기씨, 김창기씨와의 만남을 들 수 있죠. 직업적으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그분의 무대를 복원하는 거였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팽목항, 구의역 등을 방문하는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김광석씨가 등장해요. 김광석씨의 지인분들이 대부분 '광석이가 살아있었으면 광화문에서 노래했을 거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 또한 더 좋은 세상을 꿈꾸던 청춘이었어요. 실제로 생전에 미혼모를 위한 공연, 불우이웃을 위한 공연 등에 참석하셨고요.
'대한민국의 현 시국이 과연 김광석씨를 비롯한 과거 청춘들이 꿈꾸던 세상이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뒤 '만약 김광석씨가 살아있었다면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됐죠. 이 세 가지 포인트 중에서 시청자분들이 어떤 부분을 바라봐 주실지는 각자의 재량인 것 같아요."
Q. 김광석씨라 든 의문인데요, 정부 지원을 받아 이미 대구에서 김광석씨를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적이 있더군요. 혹시 활용한 부분이 있으신가요?
"아니에요. '환생'은 CG 작업만 외부에 맡겼고 나머지는 저희 KBS의 기술이에요. 프로그램과 관련해 따로 정부 지원도 없었고요."

'환생'이 홀로그램을 통해 김광석의 콘서트 모습을 탄생시켰다. © News1star / KBS 미디어
Q. 어떤 기술적인 원리로 김광석씨의 모습이 완성됐는지 궁금해요.
"일단 김광석씨의 대역 배우가 등장해 재연을 하세요. 특수 분장을 한 상태에서요. 배우는 오디션을 통해 뽑았고요. 하지만 저희가 워낙 고화질의 카메라로 촬영하다 보니 특수 분장이 다 드러나게 돼요. 그래서 그런 걸 보정하는 후반 작업이 이어지죠.
대역을 쓰게 된 이유는 간단해요. 시간과 비용이 한정됐기 때문이죠.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22억 정도인 것으로 알아요. 하지만 저희는 전체 제작비가 3억 정도였죠. CG 작업도 필요했고요.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게 주니까 도저히 모든 장면을 홀로그램으로 할 수는 없었어요. 아직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도 못했고요.
그래서 오디션을 통해 대역을 구하게 됐고 특수분장을 정밀하게 한 뒤 보정 작업을 진행했어요. 2부에 나오는 홀로그램도 '얼마나 실감 있게 다가가느냐'에 중점을 뒀고요. 영상적인 측면에서 '최선의 방법의 무엇인가', '감정선이 무엇인가'를 항상 염두에 뒀죠.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단언컨대 대역 얼굴 그대로 나온 부분은 단 한 장면도 없다는 거예요."
Q. 그럼 홀로그램뿐만이 아닌 좀 더 세밀한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방송 제작 환경에 대한 기술 지원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제작을 할 때 크게 프로덕션(스튜디오 촬영)과 포스트 프로덕션 부분으로 나눌 수 있어요. 프로덕션 부분에 사용됐던 게 홀로그램, 360도 촬영이죠. 특수 분장도 들어가 있고요.
포스트 프로덕션에서는 특수 분장을 지우는 작업만 있는 게 아니라 재현하신 배우분의 턱이 튀어나왔거나 귀 모양이 다를 경우 그래픽 작업이 같이 들어가는 식이에요. 그런 걸 프레임 단위로 작업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어요. 컷을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앞신과 뒷신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작업했고요. 촬영 자체를 UHD 로우 파일로 작업했기 때문에 그걸 영상화 시키는 컨버팅 과정도 필요했어요. 로우 파일은 그림 파일이 아닌 데이터 파일이거든요. 현재 방송은 HD로 통일되기 때문에 이 파일을 HD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했고요."
Q. 김광석씨가 직접 말하는 기법도 독특한 것 같아요.
"감성 과학인 만큼 시나리오 측면에서도 새로운 공학적인 기법을 적용하고 싶었어요. '이런 것도 해?'라는 세련된 느낌을 주고 싶었죠.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PD가 전지적 작가 시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어떤 감정을 100% 드러내기에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좋겠다 싶었어요. 기존 프로그램들이 해왔던 간접적인 인터뷰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죠. 그래서 연역법이 아닌 귀납법으로 선택했어요.
대본을 쓰기 위해 김광석씨의 말과 글을 전부 다 수집했고 오랜 팬들이 가지고 있던 녹음 파일들까지 찾아 들었어요. 이걸 가공 문학이라고 하는데, 말뭉치 단위로 실현을 시켜서 재조합을 하는 방식이에요. 이런 방식으로 원고를 썼고 이를 위해 김광석씨가 남긴 말과 글들을 계속 듣고 읽었죠.
제가 썼다기보단 그분이 갖고 있던 콘텐츠들을 가지고 제가 재조합해서 썼다고 보시면 돼요. 이걸 김광석씨의 지인들에게 보여주면서 계속 확인을 했고요. 목소리도 육성을 활용하는 게 목표였어요. 말이 도저히 연결이 안 될 땐 목소리가 비슷한 분의 목소리를 합성했고요. 그래도 그분 목소리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부분은 단 하나도 없어요. 영상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방법이 제게 있어선 정말 새로운 시도였어요. 글쓰기 방법이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일반화된 것에 대해 큰 회의감을 느꼈고, 이에 새로운 포맷을 발굴하기 위한 취지로 작업하게 됐어요."
Q. 새로운 시도에 스스로 만족하시나요?
"일단 새로운 시도여서 좋았어요. '환생'은 KBS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가장 잘 접목시켜 표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요."
Q. 그럼에도 보완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일단 구성 자체가 드라마, 공연, 독백 등이 골고루 섞여 있어요. 한가지 감정으로 끌고 가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제대로 됐나 싶은 걱정이 있어요. 다음 편이 제작된다면 VR 등의 새로운 기술들도 도입해 보고 싶고요."
Q. '환생'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방송계에 기여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홀로그램의 상용화는 어느 정도까지 이뤄졌다고 생각하나요?
"내달부터 주파수 정책에 의해 UHD로 의무 송출을 해야 해요. 촬영을 하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노하우들이 '환생'과 같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쌓이면 빨리 처리가 될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사실 홀로그램의 상용화는 현재 방송 시스템에서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렌더링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에요. 사전 제작 시스템이나 길게 텀을 가지지 않는 한, 보편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거라고 봐요. 기술적으로는 많이 좋아졌지만요. 현재 홀로그램은 콘서트 쪽에서 많이 쓰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방송용으로 찍는 조명이 있고 공연장에서 멋있는 조명이 있어서 그런 부분의 차이도 있을 거예요."
Q. '환생'의 반응이 좋아 프로젝트성으로 제작된다고 들었어요. 다음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기획안을 쓸 때부터 염두에 둔 부분이 있어요. 주인공은 대중문화예술인으로 한정했으면 좋겠다는 점이에요. 정치, 경제 부문의 종사자들은 위인전이 있으니까요.(웃음) 대중에게 웃음과 울음을 줬지만 너무 일찍 떠나간 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다행히 회사 내부에서도 좋아해 주셔서 매년 한편씩 제작될 것 같아요. KBS가 공영 방송으로서 '환생'을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로 가져가기로 결정했거든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감성 과학 프로젝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려요.
"다음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할 생각이에요. 이 프로젝트의 실험 정신을 인정해줘서 KBS의 다른 사람들도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좋겠어요. 과학 기술 쪽보다 감성 콘텐츠의 측면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디지털 시대에 맞춰 실험에 기반으로 한 부분은 좋은 관심을 받고 더 조명 받았으면 좋겠어요."
한편 '환생'의 못다한 이야기를 담은 디렉터스컷 특집 1, 2부는 각각 28일과 29일 밤 10시30분 방송된다.
nahee126@news1.kr
----------------------------------------------------------------------------------------------------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니 꼭 타임슬립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가 환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기분. 뭉클하기도 하고, 촉촉하기도 하고... 어쩌면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지금 이 시대에 살아있다면 그는 과연 어떤 노래를 부를까. 당장 지금은 오랜만에 보는 김민기, 한동준, 박학기, 김창기씨의 모습만으로도 좋다, 시청역에서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를 들어본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하지만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생각하면서 눈물짓는 그들의 모습은 참 마음 아팠다.
모든 것이 첨단 디지털시대로 달려가고 있는 지금, 그래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감성'이라는 생각이 들고,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것이지 몸 가는 대로 마음도 따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이 프로그램이 프로젝트성으로 계속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 누가 또 환생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