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어제 저녁 무렵, 열어놓은 창으로 정겨운 냄새가 흘러들어 왔다. 파를 많이 넣어 팔팔 끓일 때 나는 달큰한 콩나물국 냄새였다. 간을 잘 했는지 적당히 간간한 냄새가 좋아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잠시 슬퍼졌다. '이거다. 이게 평소 일상의 저녁 냄새였지.' 하는 생각에 코로나 사태 이전의 일상을 떠올려봤다. 언제쯤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저녁에 오랜만에 김치전을 부쳤다. 밀가루를 덜 먹어야겠다고 다짐한 후부터 전을 안 부쳤으니, 2년여만인 것 같다. 김치통에 아주 적은 양의 김치가 남아있어 그 통을 비우는 게 목적이었다. 고소한 기름에 익은 짭조름한 냄새를 풍기고 싶기도 했다. 김치를 잘게 썰어 밀가루와 섞고, 김칫물도 따라내어 훌훌 섞은 후 팬에 들기름을 둘러 부쳤다. 아이에게 계란 알레르기가 있어 전에 계란을 안 넣은지 10년도 더 되었다. 덕분에 전 부치기가 이리 간단해져서 오히려 좋다. 김치전은 딱 4장 나왔다. 맛있게 먹기에 적당한 양이다.
김치전을 하는 틈틈이 스쿼트를 했다. 지난 주부터 하루에 100개씩 하고 있다. 실내생활이 길어지면서 만든 루틴 중 하나. 오늘은 이렇게 할당량을 채운다.
이제 김치전을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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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주일만에 현관문 밖에 나갔다 왔다. 비어가는 냉장고를 채우는 것이 시급해서다. 지금의 상황을 보건대 내일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외출할 일이 있다면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하는 게 제일 낫다는 게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지켜보며 한 생각이다.

뉴스에서는 시시각각 긴급하다는 뉴스가 연이어 나오는데, 지난 주말만 해도 인근 학교 운동장에선 조기축구회의 축구하는 소리가 여느 때처럼 하루종일 들렸고, 어제까지도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소리도 들렸고, 건물 내 다른 집 사람들이 들고 나는 소리도 계속 들렸다. 나만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바보같이 이렇게 조심조심하면서 살고 있나 하는 생각에 약간은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다들 뉴스 내용은 아랑곳없이 바깥에서 평소처럼 돌아다니며 살고 있나 하는 생각...

사와야 하는 것들이 다 신선도를 따져야 할 식재료라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시장 내 마트만 다녀오기로 했다. 당연히 마스크를 먼저 하고, 일 주일 전과 달리 오늘은 안경도 쓰고 외투의 후드도 푹 눌러쓰고 장갑도 꼈다. 바깥으로 노출되는 부분이 최소한이 되도록 하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비가 오는 탓인지 길에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대부분 마스크를 썼지만 안 쓴 사람도 있어서 나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다른 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착용했으니 자신은 안 써도 된다는 생각일까, 아니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못 쓴 걸까 등등 그 짧은 순간에도 여러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 사람들이 별로 없을 테니 필요한 식재료만 얼른 사가지고 나오자는 계획으로 간 건데, 그러기엔 마트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뭐지, 이 모습은...? 다들 나처럼 장 보기를 미루고 미루다가 어쩔 수 없어서 일 주일만에 나온 사람들인가?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식재료를 고르는 손길이 여유로워 보였고, 오고 가며 몸이 닿는 것에도 거부감이 없어 보여 당황스러웠다. 어쨌든 필요한 것들을 얼른 집어서 계산대로 갔는데 거기에도 줄이...ㅠㅠ 사람들은, 확진자와 말 한 마디 없이 1-2분 동안 같은 공간에 있었을 뿐인데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지금의 이 상황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남의 일로만 생각하는 듯 어서 이 상황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말들을 주고 받고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인 지금의 이 현실이 주는 압박감때문에 이번 주 들어 좀 더 답답했기에, 후다닥 장보기라도 하고 오면 조금 시원해지려나 했는데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 의협에서도 다음 주 1주일은 휴가를 내서라도 모두가 집에 머물자고 제안할 정도인데... 다 같이 합심해서 이 심각한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면 좋겠는데, 다들 내 마음같지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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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다가, 아니야 하는 생각에 그만두었다가, 다시 쓰고 싶었다가 하는 그런 나날이었다. 추위는 풀렸는데 나갈 수 없는 나날, '오늘은...' 하며 희망을 품었다가 뉴스를 보고는 조용히 희망을 내려놓는 그런 나날, 하루하루가 버티는 나날이 되어버린 게 언제부턴지 이제는 모르겠다. 이번 주부터는 뭘 미루지 말고 그냥 그때 그때 내 일상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주춤거리는 동안에도 시간은 가고, 나의 소중한 인생이 흘러가고 있으니까... 기온이 올라가는 낮 동안에 창을 열어놓고 지내기 시작했다. 나가지 못하는 대신 바깥 공기라도 맡고 싶어서, 그 선선한 바람이 좋아서... 모처럼 미세먼지도 없이 하늘이 이렇게 푸르고 계절이 이렇게 좋은데, 흉흉한 소식만 들려오는 현실이 안타깝고 속상하다.

마치 전쟁이 터진 듯한 현실 속에서 기분 전환 삼아 본 드라마가 시선을 끈다. 따뜻하고 온화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굿나잇 책방이, 그보다 먼저는 내 귀가 단번에 알아챈 곽진언의 노래가, 수줍은 가운데 진심이 녹아있는 은섭의 책방일지가 내 마음을 끌었다. 일기를 써 보자는 마음을 다시 불러일으킨 게 바로 '야행성 점조직 굿나잇 클럽 회원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은섭의 책방일지였으니... 하루하루의 일상을 담담하게 적으면서 불안, 초조함 등으로 점철된 이 현실을 버텨보려고 한다. 은섭과 해원 사이에 오가는 감정에 설레어 하기도 하고, 은섭의 책방일지를 듣고 키득거리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보려고 한다. 해원이 한동안 책을 읽지 않은 이유가, 내가 꽤 오랫동안 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그리고 오해에 대한 해원의 생각도 나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목해원 그녀도 눈여겨 보고 싶어졌다. 이렇게 현실에서 벗어나 낭만적인 꿈을 꾸어보려고 한다.

예전에 누군가의 질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 나쁜 일은 물론이고 기쁜 일도 일어나지 않는 밋밋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꿈이라고 대답했었는데, 그 마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요즘은 더하다. 외출은커녕 현관문 밖조차 나가지 않는 요즘, 일어날 때, 잠들 때마다 감사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이러다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스르르 1월 20일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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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집순이인지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 밖에 잘 안 나가고, 한 번 나갈 일 있을 때 모든 바깥일을 다 해결하고 들어온다. 두통이 한 번 휘몰아치고 지나간 후가 주말이었다. 모처럼 두통도 사라지고 그래서 도서관에도 다녀오고 장도 보고, 주일에는 잠시 고민하긴 했지만 예배도 드리고 오고 그랬다. 그 때까진 괜찮았는데, 다음 날 다시 시작된 두통... 근육통과 콧물, 오한이 같이 몰려왔다, 하필 이 어수선한 시기에... 병원에 가자니 열이 나는 것 같지 않아서 타이레놀 콜드와 타이레놀 이알을 증상에 맞게 먹어가며 버티고 있었다. 밖에 나갔다가는 바이러스만 뭍혀올 것 같아서 집에서만 있었지만, 아이가 겨울방학이 끝나 등교를 해야 하는 시기였기에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 먹이고 등교 준비 해서 학교 보내고, 그러고 나면 또 어찌어찌 앉아서 하루를 보내게 되곤 했다. 그랬더니 아픈 데다가 수면 부족까지 겹친 탓인지 종업식 날인 어제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서는 그냥 드러누워 버렸다. 두통이 심해 속이 울렁거려 뭘 먹을 수도 없었다. 

학교에 가긴 했지만 1시간 후 하교한 아이는 다행히 스스로 점심을 챙겨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 있었다. '아, 내가 챙겨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점심도 마다하고 누워 있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아이가 매실청 넣은 뜨거운 차를 만들어 왔다. 그걸 두 컵 마시고서 울렁증이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쿡쿡 쑤시는 두통 때문에 어제는 모든 걸 내려놓고 그저 몸이 하자는 대로 잠만 잤다. 무슨 잠이 그렇게 오는지... 두통이 심하니 커피 마시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더라는... 약을 먹어도 어차피 두통이 나아지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속이 너무 울렁거려서 약도 안 먹고 그저 생으로 앓으며 잤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자고 일어난 게 오늘 아침이었다. 두통이 있긴 하지만 어제보다는 덜한 것 같아 느즈막히 일어나 커피 물부터 끓였다, 오늘의 두통은 카페인이 들어가면 나을 것 같아서... 정신이 돌아오고 나서야 늦었지만, 학교생활 1년을 또 한 번 무사히 끝낸 아이에게 고생했다고 등도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식사 준비를 하며 진하게 내린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자니 머릿속을 휘감고 지나가는 카페인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조금씩 기운이 났다. 일어나야지, 나는 엄마니까, 하는 생각도 날 움직이게 했다. 아이는 내가 일어나 다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나 보다. 미안하다, 자주 아파서...ㅠㅠ 오늘은 두통이 좀 가라앉은 대신 목이 아프다. 아무래도 감기 바이러스가 들어와서 내 몸 여기저기에서 활개치고 있나 보다. 독감도 이겨낸 나의 면역력아, 고개를 들라~

도서관에도 가고 싶고, 장도 보러 가고 싶고, 동네 맛집에 김밥도 사러 가고 싶고 꽈배기도 사러 가고 싶다. 오늘처럼 하늘이 푸르고 덜 추운 날에는 산책도 가고 싶다. 나쁜 바이러스들, 얼른 사라지면 좋겠다. 할 일 많단 말이다~

 

p.s.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처음으로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씨의 살신성인이 헛되지 않게 이 난리가 얼른 해결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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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약을 먹지 않으려고 꼬박 하룻 동안 참았다가 안 되어서 결국 타이레놀이알을 먹었는데, 약효가 딱 4시간, 그 시간 동안도 두통이 완전히 없는 게 아니라서 고생 중이다. 두통과 함께 온 몸이 으슬으슬하고 콧물도 계속 나는 걸 보면 감기에 걸렸을 때 나타는 증상이 다 나타나고 있는 건데, 문제는 시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수선한 이 때 하필... 병원에 가는 게 더 위험한 것 같아 일단 버텨보려고 한다.

얼른 나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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