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기와에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소리를 좋아한다. 그렇게 기와 지붕에 모였다가 주르르 타고 내려와 처마끝에서 추락하는 낙숫물 소리는 더 좋아한다.

이 집에 이사와서 집이 아직 낯설 때, 그래서 불안한 하루 하루가 가고 있을 때, 어느 날 비가 왔다. 그러자 밖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어, 이게 뭐지?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린데...? 밖을 내다보니 창 바깥에 있는 작은 지붕에 빗방울이 타다다닥 떨어지는 소리였다. 기와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보다는 가볍지만 울림이 있고 느낌이 비슷한 그런 소리.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타악기의 연주 같았고 완성된 한 곡의 음악 같아서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는 그 단순한 부딪힘의 연속이 어떻게 이런 조화로움을 만들어내는지 참으로 신기해서 그 후로 비가 오면 늘 창을 열어놓고 감상하곤 한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비가 올 듯 하늘이 꾸물거리고 미지근한 가운데 습습한 공기가 불어들어올 때부터 두근두근했다. 오랜만에 빗소리를 듣겠구나... 저녁이 되어서야 비가 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마른 흙냄새. 바싹 마른 흙에 비가 내리면서 피어오르는 그 냄새. 시간이 가면서 점점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고, 창 밖 지붕을 울리는 빗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 음악을 흐트러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소리를 좋아한다. 그렇게 기와 지붕에 모였다가 주르르 타고 내려와 처마끝에서 추락하는 낙숫물 소리는 더 좋아한다.

 

이 집에 이사와서 집이 아직 낯설 때, 그래서 불안한 하루 하루가 가고 있을 때, 어느 날 비가 왔다. 그러자 밖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어, 이게 뭐지?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린데...? 밖을 내다보니 창 바깥에 있는 작은 지붕에 빗방울이 타다다닥 떨어지는 소리였다. 기와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보다는 가볍지만 울림이 있고 느낌이 비슷한 그런 소리.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타악기의 연주 같았고 완성된 한 곡의 음악 같아서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는 그 단순한 부딪힘의 연속이 어떻게 이런 조화로움을 만들어내는지 참으로 신기해서 그 후로 비가 오면 늘 창을 열어놓고 감상하곤 한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비가 올 듯 하늘이 꾸물거리고 미지근한 가운데 습습한 공기가 불어들어올 때부터 두근두근했다. 오랜만에 빗소리를 듣겠구나... 저녁이 되어서야 비가 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마른 흙냄새. 바싹 마른 흙에 비가 내리면서 피어오르는 그 냄새. 시간이 가면서 점점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고, 창 밖 지붕을 울리는 빗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 음악을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아 한 마디 말조차도 안 하고 있다. 그냥 온전히 이 음악을 누리고 싶다. 이 비를 허락하셨다는 것만으로 어제보다 더 많이 감사하고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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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는 계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코로나19  사태 후 생활리듬이 완전히 바뀌어서 새벽에 자고 늦게 일어나고 하는 반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는데, EBS 라이브특강을 봐야 한다는 이유로 어제부터 일찍 일어나고 있다. 아직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패턴이라 과도기이긴 하지만, 이 이유를 학교 개학 때까지 죽 밀고 가 볼 작정이다. 안 그러면 올빼미형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늦게 일어났다는 죄책감은 이제 그만 가지고 싶다...ㅠㅠ

아이가 특강을 보는 동안 어제는 조용조용 다니면서 집안일을 했었는데, 오늘은 나도 아이 뒤에서 책을 읽었다. 어깨 너머로 특강을 흘려듣다 보니, 아이의 공부 방식에 대해 '아하~' 하며 이해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고, 공부 내용에 대해 배우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정말 배움은 평생 이어지는 것인가 보다.

변화가 필요할 때는 계기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실내생활이 길어지니 내 마음과 감정을 다스리는 것도 참으로 큰 일인 것 같다. 어제가 의욕적인 하루였다면 오늘은 눌러놓았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고개를 들어 조금 심란한 날이었다. 그래도 그걸 내색하지 않고 잘 지냈다. 또 하루가 갔다. 인생의 한 부분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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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은 어제 내내 가끔씩 지지직하고 오다가 오늘은 가라앉았다. 어제부터 내내 모른 척하고 안 아픈 척하고 있었더니 가라앉은 모양이다. 역시 진상에겐 무관심이 약이다. 어제까진 컨디션도 영 별로여서 기분도 가라앉았었는데, 오늘은 마치 어제는 없었던 듯 선 그어 잊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니 컨디션도 기분도 새로웠다. 그래서 집 구석구석 청소하고 세면대도 광 나게 닦았다.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점심에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는데, 왜 내가 2인분이라고 생각하고 만들면 3인분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항상 그렇다. 오늘도 스파게티용 접시에 백두산처럼 쌓아올려놓고 '하아,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걱정과는 달리 금세 비웠다. 먹는 사이사이 통후추를 갈아 뿌려가며 먹다 보니 많은 줄 모르고 후루룩 먹었다. 맛있어서 아껴 먹었는데도.

어지럽고 혼란한 시기이지만, 잘 자고 잘 먹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나가려 한다. 이 시기도 버텨야 하는 시간들이 아닌, 소중한 내 삶의 하루하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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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밤새 두통이 계속되어서 잠을 설쳤다. 오늘은 알러지성 비염인답게 맑은 콧물 콸콸. 오한도 여전. 이 증상들을 다 잠 재울 수 있는 것은 타이레놀 콜드. 결국 졌다. 노란 알약 하나 먹었을뿐인데... 10분이나 지났나? 콧물이 확 줄었고 머리를 옭죄던 두통도 덜해졌다. 콧물이 줄어든 건 좋지만, 약 기운이 퍼지는 대로 머리부터 온 몸이 다 얼얼해지는 이 느낌은 참 적응이 안 된다. 온 몸에 마비가 오는 것 같은 느낌... 이쯤 되면 타이레놀 콜드는 마약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눈 부시게 빠른 효과를 보이는, 그러나 중독성은 없는... 제발 이 한 알로 편두통에 정지 버튼이 눌려서 추가로 약을 더 먹게 되지 않기를...

어제는 장 보러 나가지 않았다. 이번 주 초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많은 양의 식재료들이 도착하기도 했고, 간당간당하게 남아 있는 재료들은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아쉬운 채 지내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살면서 잘 먹고 잘 자는 게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생각해 보면, 일에 치어 지냈던 지난 2년간 가장 소홀했던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었으니까... 어쩌면 지금은 그 때에 대한 AS기간인지도... 식단을 바꿔가며 식사를 챙기는 일이 힘들지 않은 것은 이런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값비싼 것을 준비하진 못해도, 우동도 만들고 팝콘도 튀기고 감자튀김도 만들고 하며 아이가 원하는 것들을 만들어 먹이고, 아이의 응석을 들어줄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고맙고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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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난 후부터 내내 편두통이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막 시작될 무렵에도 한 번 그렇게 편두통이 세게 오더니, 오늘이 두 번째다. 오한도 있는 것 같아 열을 재어보니 36.8도. 다행이라는 마음과 함께 '그렇담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스트레스때문일 거다. 이번 주에 동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달아 나왔다. 이 작은 동네에서 확진자라니... 구청에 올라온 자료를 보니 동선은 계속 확인 중...ㅠㅠ 일 주일에 한 번, 그것도 적어간 품목만 사서 재빨리 돌아오는 장 보기 길에 스쳐 지나간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서 혼자 조용히 심란했었다. 오늘의 편두통은 아마 그 결과가 아닐까 싶었다. 

올해 들어 타이레놀을 안 먹으려고 애쓰는 중이라 오늘도 역시 타이레놀은 안 먹고 버텼다. 혈자리에 자극용 자석도 붙여보고, 조금 전에는 머리도 감았다. 머리가 아플 때 머리를 감고 자연 건조를 하고 있으면 머리에 혈액순환이 잘 되어서 두통이 가시는 경우도 있어서 종종 해 보는 방법이다. 오늘은 거기에다가 뜨거운 생강물도 곁들였다. 편두통에 오한, 콧물 등 증상을 볼 때 감기가 오나 싶기도 해서다. 머그 가득 뜨거운 물을 붓고 편으로 썰어 냉동해 둔 생강 몇 조각을 넣어 우리면 생강의 향은 그대로 나되 알싸하고 매운 맛은 덜한 부드러운 생강물이 된다. 단 맛을 안 좋아하는 나는 생강차보다 이게 훨씬 마시기 편하다. 생강이 천연항생제라고 하니, 혹시라도 내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있다면 그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루종일 편두통에 시달린 이런 날에는 잠도 일찍 자야 한다. 따뜻하게 푹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개운해질 거야,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얼른 자야겠다. 자는 동안에도 편두통 때문에 괴로워 하는 그런 밤은 아니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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