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숙제 끝!

일상적인 수다 2012. 12. 29. 14:00

 

미루어두었던 건강검진을 했다, 어제 방학식을 했으므로...

늦잠을 더 즐기고 싶은 토요일 아침, 병원에 가려니 '아, 진작 할걸...' 후회막급이었으나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이라도 하니 그게 어디냐 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병원행.

나처럼 늦게 건강검진하겠다고 온 사람이 많아서 일단 덜 창피했다.

간호사 말이, 일반건강검진은 오늘 할 수 있으나

위내시경은 2월초까지 예약이 차서 지금 예약해도 2월말이나 할 수 있단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이것저것 물으며 검진표를 작성하던 남자(의사는 아닌 듯했다.)가 내 직업을 보더니

갑자기 태도가 부드러워진다.

이건 또 무슨 일... 누구에게 우대 받을 직업은 아닌데...

그러면서 마침 오늘 위내시경하기로 한 사람 중 한 명이 예약을 취소해서 한 자리가 빈다며

오늘 내시경을 할 수 있게 해 주겠단다.

나야 두 말 할 나위 없이 고맙지...

그 방을 나오고 나서도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이리저리 검사하러 다니는 나를 볼 때마다

불편한 건 없냐, 오늘 위내시경 순서가 가장 마지막이라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하며 신경을 써 주더니

내시경을 다 하고 나오니 고생했다, 힘들지는 않았느냐 하며 위로해주기까지 한 그 분,

정말 고마웠다.

내 뒤에 건강검진하러 온 분들 중, 위내시경 순서를 좀 앞당겨달라고 넌지시 말하는 분도 몇 명 있었는데

그 분들에게는 모두 2월말에나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내게 왜 그렇게 잘 해주었을까 의아하기도 했으나 일던 고마워하기로만 했다.

시력은 양쪽 모두 1.5, 나빠지지 않고 전과 똑같이 나와서 기분 좋았고,

혈압도 약간 저혈압이나 간호사분에게 혈압 좋으시네요, 칭찬 들어서 흐뭇했고,

키는 늘 그대로, 몸무게는 작년 이맘때 3kg 빠졌던 것 회복되어서 soso,

허리둘레는 재던 간호사가 "제 한쪽 허벅지만하시네요~" 하며 부러워해서 나도 모르게 활짝 웃었고,

혈액검사할 때도 채혈하는 분이 한번에 해내서 기분 좋았고,

안 좋은 결과가 나올까봐 가장 두려웠던 위내시경,

수면내시경을 하지 않고 일반으로 했는데 의사와 간호사로부터 힘든 것을 잘 참았다고 칭찬을 듬뿍 들어서 좋았고

최근 위통이 있어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약간 딱지가 앉은 곳은 있으나 건강하다고 해서 아주아주 좋았다.

술, 담배 안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고, 키 대비 몸무게와 허리둘레도 아주 좋고, 혈압도 좋고, 윗속도 깨끗하고...

건강관리를 아주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듬뿍 받고 병원을 나섰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참고있던 허기가 몰려오더라는...

집에 오자마자 아침 겸 점심을 후다닥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니

세상이 제대로 보인다...^^

밥 한 끼로 다음 끼니까지 버티는 체질이라 굶고는 못 살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렇게 미루었던 숙제를 끝내고 나니 비로소 한 해가 가는구나 하는 실감도 난다.

2013년 새해에는 더욱 더 기쁘고 감사한 일이 많이 생기기를...

 

참, 올해를 마감하는, 기쁜 소식 하나.

아이가 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에 최종합격했다는 결과를 어제 확인했다.

먹고 사는 일에 바빠 잘 돌보지 못하는데도 늘 밝고 성실하고 똑똑하게 자라는 아이에게 먼저 고맙고,

계획에 따라 아이를 인도해주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된다.

부족하지만 이런 내게 이렇게 뛰어난 아이를 맡겨주신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리고 그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아이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 위해

새해에도 열심히 살아야 겠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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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

아이가 11월말에 다리에 반깁스한 지 2주만에 깁스를 했고,

그 깁스한 상태로 또 2주가 갔다.

꼬박 한 달을 불편한 다리로 학교-집만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

그 속도 답답하겠지만,

그런 아이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나도 우울함에 아무 일도 벌일 기력이 없었다는...

여느 해 같았으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울 시기였는데 그때 다리를 다쳐

아이에게 신경 쓰느라 트리는 박스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일이 바쁘기도 해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오늘에서야 아이가 "트리는...?" 하는데,

이틀 보자고 먼지 쌓인 박스를 꺼내오고 트리를 세우고 장식하는 것이 귀찮아서

올해는 트리를 세우지 말자고 말했다.

아쉬움 가득한 표정의 아이는, 그러면 크리스마스날 쿠키라도 굽자고 한다.

그 정도는 해주어야 겠지...?

올해는 작년처럼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허둥지둥 준비하지 않으려고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미리 준비해두었다.

아이가 좋아할지 모르겠다...쩝.

요구사항이 워낙 없는 아이라 아이의 선물을 살 때가 가장 어렵다.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집을 다녀간다는 사실은 못내 의심스러우나

다녀간 증거로 선물이 놓여있으니 안 믿을 수도 없어

늘 25일 아침이면 의혹에 찬 눈길을 내게 보내는 아이를 보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머리는 똑똑한데 마음은 순진무구해서

아이에게 산타할아버지는 아직 현존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슬슬 뭔가 의심스러운지 자꾸 이것저것 캐묻는데,

가장 비과학적인 존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 하니 뚜렷이 밝혀지는 것은 없다.

끝까지 아이가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로 뭘 사지, 고민할 수 있기를...

아이도, 나도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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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의 남동생이 어제 결혼을 했다.

신부가 된 이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많이 늦은 나이.

팔이 안으로 굽는 탓인지

나는 그저 내 동생이 아까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누나 값 하느라 나도 어제는 풀메이크업에 머리까지 세팅을 해야 했는데,

대여한 한복이 잘 어울렸는지 "네가 신부 같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신부가 들으면 기분 상했을라나...

그러나 이제는 늙는지 나는 기분 좋았다는...^^

그나저나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누이'라는 역할,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뭐, 나 먹고 살기 바빠 자주 얼굴 마주치기도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가족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실하고 선량한 내 동생, 고생시키지 않아주면 좋겠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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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건 정말 단순한데...

그게 참 이루어지기 어려운 소원인가 보다.

마음의 평안이 깨지고 출렁일 때마다

그게 아직도 나는 참 힘들다.

그냥 평범한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것.

아주 기쁜 일이 안 생겨도 좋으니,

힘들고 슬픈 일도 없이,

그저 밋밋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것.

그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왜 주변에서는 나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 건지...

내가 심심할까봐 걱정되어서 그러나.

아님 조용하게 사는 걸 보자니 돌이라도 한번 던져보고 싶어지나.

나는 그동안 내 모든 태도로 NO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말도 안 되는 자신의 망상 때문에 나의 태도가 안 보였나 보다.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그 말 한 마디에 나의 평정심은 무참히 깨져버렸고,

당장 악다구니를 퍼붓고 싶은 마음을 일주일째 삭이고 있다.

더이상 우리 삶에 끼어들지 마라.

내 눈에 안 보이면 더욱 좋겠다.

그냥 이대로 우리를 놓아두어라.

조용하게 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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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보던 드라마 '신의'가 끝났다.

중간에는 몇 번 안 보더라도 마지막회는 챙겨보는 것이

드라마 보는 나의 스타일인데,

'신의'는 마지막회를 보고 나니 그만

너무나 쓸쓸해져 버리고 말았다.

어쨌거나 유은수와 최영, 사랑하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났으니

분명 해피엔딩이건만 왜 이토록 쓸쓸한 건지...

천혈을 넘나드는  위험을 감수하고 공민왕시대와 현대를 오고갔건만

결국 최영을 만나기 100년 전으로 떨어져버린 유은수의 그 안타깝고 절실한 마음만이

내게 남아버렸나 보다.

간절함은 기적을 만들고 기억만이 그 순간을 이루게 한다...

최영을 향한 그녀의 간절한 마음이 결국 그녀를 최영에게로 이끈 걸까,

잊는 것을 포기하고 그녀를 기억하기로 한 최영, 그의 기억이 그녀를 이끈 걸까,

결국 기적처럼 둘이 만나게 된 장면에서도

내 머릿속에는 얼어붙은 최영과

그런 그를 두고 천혈로 빨려들어가 버린 유은수,

어느 시대로 가게 될지 모르면서도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현대에서 다시 천혈로 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계속 남아있었다.

긴 역사 속에서 인간의 삶이란 이토록 잠깐일 뿐인데

왜 다들 그토록 악다구니를 하면서 앞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지...

그렇게 달려가봤자 결국 남보다 빨리 끝에 도착하는 일밖에 없는 게 인생인데...

집과 일터를 오가면서 발끝만 바라보며 사는 내 인생이 갑자기 와락

쓸쓸해져 버렸다.

그깟 드라마 하나에 뭐 이렇게까지... 하는 생각, 물론 들지만

감정이란 것이 이성에 따라 고분고분 움직여주는 것이 아니다 보니

며칠 심란할 것 같은 느낌...흠...

하지만, 뭐, 이내 좋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두어보기로 한다.

이것도 가을이라는 증거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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