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나 자신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는 점이 있다.

나는 참 예민하구나...ㅠㅠ 그 동안 일터에서 내가 많이 들은 평은 세심하다, 정확하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을 헤아리는 데에 세심해서 새 사람에 대한 적응력이나 대인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업무를 정확하게 처리해서 실수나 오류가 없다는 것. 내 예민함이 가장 긍정적으로 발현된 곳이 바로 일터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생활에서 마냥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어디서 이상한 냄새나 소리가 나면 그 원인을 찾을 때까지 계속 신경이 쓰인다.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는 일이 생기면 해결될 때까지 마음을 쓰게 되는 것이다. 심하면 몸에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다.

하루 내내 편두통으로 고생하고 나니, 나의 예민함은 소심함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던 날. 목소리 크고 뻔뻔한 사람이라면 어차피 내 일이 아니라고 바로 잊고 지낼 일이었는데 난 왜 일 주일이 넘게 신경을 쓰고 있는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왜 사서 걱정하고 있는지...ㅠㅠ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지 스스로에 대해 우울했던 날이었다.

구름 낀 날이 있으면, 그 구름이 걷힌 후 다시 맑은 하늘이 드러나는 법. 자연스레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노력하고 있다. 하루하루 평안한 몸과 마음으로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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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일기를 쓰지 않았다.

오늘이 어제와 같은 날이 반복되고 있었고 난 그 밋밋함이 지루한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데, 언론에서는 자꾸 '집 안에만 있어서 힘들죠?'를 세뇌하고 싶은 듯 반복하고 있어서 그에 반대되는 내 의견을 여기에 드러내도 되나 싶은 게 첫 번째 이유였다. 쓰고 싶은 내용을 미뤄두고 누군가를 의식하고 쓴다면 그건 일기가 아니니까.

두 번째 이유는 실생활에 충실하고 싶어서였다.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니까. 정말로 해야 할 일은 젖혀두고 클릭 두 번에 없어질 온라인에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쓰고 싶지 않으면 안 쓰는 게 맞고, 그저 내 우선 순위에 충실하게 살고 싶었다. 아이의 개학 예정일이 다가오고 있었다가 일 주일을 남겨놓고 온라인 개학을 하겠다는 발표가 났다. 발표 후 학교로부터 그 준비에 대한 안내가 휴대폰으로 계속 왔고, 학교 홈페이지에도 계속 올라왔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의 문자도 계속... 개학이 여러 번 연기되면서 학교에서 하라고 내 준 과제의 양을 봤을 때 차라리 등교하는 게 낫겠다 하면서 든 생각이 '학교는 왜 이렇게 뭘 하라고 요구하기만 하나?'였는데 이번에도 역시... 가장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느라 머릿속이 바빴다.

세 번째 이유가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이틀 반 동안 아팠다. 역시나 편두통과 오한. 약도 안 듣고, 혈자리 자극도 별 효력이 없었다. 아무것도 효과 없는 것 보니 앓아야 낫는구나 싶어서 그저 몸이 하자는 대로 따랐다. 편두통이 심하니 속이 울렁거려 아무것도 먹기 못했고 한기가 느껴져서 자기만 했는데, 자면서도 머리는 계속 아팠다. 드문드문 꿈을 꾸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잠깐 통증이 가라앉은 동안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이틀 반이 지난 아침, 일어나보니 몸이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제서야 안도의 한 숨이... 

앓고 나서 코로나 사태 동안 한 번도 가지 못한 미용실을 다녀왔다. 더이상 머리를 기르기가 힘든데,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으니까 상황이 급변하기 전에 다녀오자는 마음이었다. 그건 미용실에 가야 하는 내 이유고, 온라인이라도 개학은 개학이니 아이 머리도 미용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동네 토박이에 건물주인 미용사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이 동네에서도 확진자가 몇 명 나와서 확진자가 들른 몇몇 가게가 2주 동안 문을 닫아야 했다는 것, 확진자 중 한 명은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문을 닫는 중인 가게 중 하나는 내가 채소 사러 자주 들르던 곳이어서 이 사태의 엄중함이 마음에 확 와 닿았다. 그 가게에 안 간지 1주일이 넘어 모르고 있었나 보다. 동네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 더 모를 수밖에... 동네 동향에 깜깜인 나는 이렇게 미용실에 갈 때마다 미용사로부터 동네 이야기를 속속들이 듣는다. 잘 들어주는 성향이 빛을 발하는 셈인데, 다행히 듣고 나면 도움이 되는 것도 있어 재미있게 듣고 있다.

오늘은 내게 아주 특별한 날이다. 아이의 생일. 늘 일더미에 눌려 사느라 생일상을 제대로 차려주지 못한 게 도대체 몇 번인지 모르겠다. 올해는 시간도 있으니 그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어서 어제 장도 보고 오후 내내 주방에 서서 쇠고기미역국부터 잡채, 오이무침, 연어구이 등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들로만 생일상을 준비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겉절이가 오늘 딱 도착한 것도 생일상에 한 몫 했다. 겉절이, 아이가 좋아하는 건데, 다행히 맛도 있었다. 생일 노래 불러준 후 촛불도 끄게 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는 말도 함께... 그건 평소 아이를 향한 내 눈빛에 늘 담겨있던 말이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새삼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아이와 마지막 인사도 못 나누고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진심은 그때그때 전해야 한다는 것. 오늘 그걸 실천한 것이다. 아이는 어색해 했지만, 나는 앞으로도 죽 이렇게 오글거리는 말로 내 진심을 전해 볼 생각이다. 

이번 주 들어 확진자 수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치료 중인 환자 수를 생각하면 31번 환자가 나오기 전으로 돌아가려면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신경 끄고, 나는 그저 내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게 흘러가는 시간이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일 것이다. 

좋은 날이 갔다.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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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다이알비누는 추억이다. 

얼마 전에 이마트에서 다이알비누 묶음을 저렴하게 파는 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덥썩 사 온 적이 있다. 집에 돌아와 욕실용품 넣어두는 장을 열었더니, 한 눈에 딱 들어오는 다이알비누 묶음 하나. 그렇다. 며칠 전에도 난 똑같이 반가운 마음에 같은 비누를 사 오고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 덕분에 졸지에 비누 부자가 되어버렸는데...

이미 쓰고 있는 비누를 다 쓰고 다이알비누를 쓰려고 마음 먹었는데, 기회가 금방 오지 않았다. 욕실용품 장이 끊임없이 비누를 재생산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비합리적인 의심이 들기까지... 그러다가 오늘 새 비누를 꺼내야 할 때가 되어 장을 열었더니 올레~ 드디어 쓰던 비누가 다 떨어졌다. 다이알비누를 꺼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신나게 다이알비누 하나를 가져와 비누 트레이에 놓았다. 아... 이 냄새... 내게 '비누 냄새'라고 하면 다이알비누의 냄새가 딱 떠오른다. 억지로 향기를 입힌 게 아닌, 정말 딱 비누로서의 냄새만 나는 이 정직함이 마음에 들어 다이알 비누를 좋아한다. 향기가 덧입혀진 비누의 냄새는 내게 '비누 냄새'가 아니니까... 이제 막 뜯어서 그런지 욕실에서 풍겨나오는 다이알비누 냄새가 여기 방 안에서도 난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지? 깊고도 진한 그 냄새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아마 내가 다이알비누를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일 것이다.

비누를 많이 사 놓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비누를 쓰는 동안은 마음도 내내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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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에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소리를 좋아한다. 그렇게 기와 지붕에 모였다가 주르르 타고 내려와 처마끝에서 추락하는 낙숫물 소리는 더 좋아한다.

이 집에 이사와서 집이 아직 낯설 때, 그래서 불안한 하루 하루가 가고 있을 때, 어느 날 비가 왔다. 그러자 밖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어, 이게 뭐지?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린데...? 밖을 내다보니 창 바깥에 있는 작은 지붕에 빗방울이 타다다닥 떨어지는 소리였다. 기와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보다는 가볍지만 울림이 있고 느낌이 비슷한 그런 소리.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타악기의 연주 같았고 완성된 한 곡의 음악 같아서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는 그 단순한 부딪힘의 연속이 어떻게 이런 조화로움을 만들어내는지 참으로 신기해서 그 후로 비가 오면 늘 창을 열어놓고 감상하곤 한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비가 올 듯 하늘이 꾸물거리고 미지근한 가운데 습습한 공기가 불어들어올 때부터 두근두근했다. 오랜만에 빗소리를 듣겠구나... 저녁이 되어서야 비가 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마른 흙냄새. 바싹 마른 흙에 비가 내리면서 피어오르는 그 냄새. 시간이 가면서 점점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고, 창 밖 지붕을 울리는 빗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 음악을 흐트러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소리를 좋아한다. 그렇게 기와 지붕에 모였다가 주르르 타고 내려와 처마끝에서 추락하는 낙숫물 소리는 더 좋아한다.

 

이 집에 이사와서 집이 아직 낯설 때, 그래서 불안한 하루 하루가 가고 있을 때, 어느 날 비가 왔다. 그러자 밖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어, 이게 뭐지?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린데...? 밖을 내다보니 창 바깥에 있는 작은 지붕에 빗방울이 타다다닥 떨어지는 소리였다. 기와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보다는 가볍지만 울림이 있고 느낌이 비슷한 그런 소리.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타악기의 연주 같았고 완성된 한 곡의 음악 같아서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는 그 단순한 부딪힘의 연속이 어떻게 이런 조화로움을 만들어내는지 참으로 신기해서 그 후로 비가 오면 늘 창을 열어놓고 감상하곤 한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비가 올 듯 하늘이 꾸물거리고 미지근한 가운데 습습한 공기가 불어들어올 때부터 두근두근했다. 오랜만에 빗소리를 듣겠구나... 저녁이 되어서야 비가 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마른 흙냄새. 바싹 마른 흙에 비가 내리면서 피어오르는 그 냄새. 시간이 가면서 점점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고, 창 밖 지붕을 울리는 빗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 음악을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아 한 마디 말조차도 안 하고 있다. 그냥 온전히 이 음악을 누리고 싶다. 이 비를 허락하셨다는 것만으로 어제보다 더 많이 감사하고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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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는 계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코로나19  사태 후 생활리듬이 완전히 바뀌어서 새벽에 자고 늦게 일어나고 하는 반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는데, EBS 라이브특강을 봐야 한다는 이유로 어제부터 일찍 일어나고 있다. 아직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패턴이라 과도기이긴 하지만, 이 이유를 학교 개학 때까지 죽 밀고 가 볼 작정이다. 안 그러면 올빼미형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늦게 일어났다는 죄책감은 이제 그만 가지고 싶다...ㅠㅠ

아이가 특강을 보는 동안 어제는 조용조용 다니면서 집안일을 했었는데, 오늘은 나도 아이 뒤에서 책을 읽었다. 어깨 너머로 특강을 흘려듣다 보니, 아이의 공부 방식에 대해 '아하~' 하며 이해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고, 공부 내용에 대해 배우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정말 배움은 평생 이어지는 것인가 보다.

변화가 필요할 때는 계기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실내생활이 길어지니 내 마음과 감정을 다스리는 것도 참으로 큰 일인 것 같다. 어제가 의욕적인 하루였다면 오늘은 눌러놓았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고개를 들어 조금 심란한 날이었다. 그래도 그걸 내색하지 않고 잘 지냈다. 또 하루가 갔다. 인생의 한 부분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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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은 어제 내내 가끔씩 지지직하고 오다가 오늘은 가라앉았다. 어제부터 내내 모른 척하고 안 아픈 척하고 있었더니 가라앉은 모양이다. 역시 진상에겐 무관심이 약이다. 어제까진 컨디션도 영 별로여서 기분도 가라앉았었는데, 오늘은 마치 어제는 없었던 듯 선 그어 잊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니 컨디션도 기분도 새로웠다. 그래서 집 구석구석 청소하고 세면대도 광 나게 닦았다.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점심에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는데, 왜 내가 2인분이라고 생각하고 만들면 3인분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항상 그렇다. 오늘도 스파게티용 접시에 백두산처럼 쌓아올려놓고 '하아,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걱정과는 달리 금세 비웠다. 먹는 사이사이 통후추를 갈아 뿌려가며 먹다 보니 많은 줄 모르고 후루룩 먹었다. 맛있어서 아껴 먹었는데도.

어지럽고 혼란한 시기이지만, 잘 자고 잘 먹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나가려 한다. 이 시기도 버텨야 하는 시간들이 아닌, 소중한 내 삶의 하루하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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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밤새 두통이 계속되어서 잠을 설쳤다. 오늘은 알러지성 비염인답게 맑은 콧물 콸콸. 오한도 여전. 이 증상들을 다 잠 재울 수 있는 것은 타이레놀 콜드. 결국 졌다. 노란 알약 하나 먹었을뿐인데... 10분이나 지났나? 콧물이 확 줄었고 머리를 옭죄던 두통도 덜해졌다. 콧물이 줄어든 건 좋지만, 약 기운이 퍼지는 대로 머리부터 온 몸이 다 얼얼해지는 이 느낌은 참 적응이 안 된다. 온 몸에 마비가 오는 것 같은 느낌... 이쯤 되면 타이레놀 콜드는 마약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눈 부시게 빠른 효과를 보이는, 그러나 중독성은 없는... 제발 이 한 알로 편두통에 정지 버튼이 눌려서 추가로 약을 더 먹게 되지 않기를...

어제는 장 보러 나가지 않았다. 이번 주 초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많은 양의 식재료들이 도착하기도 했고, 간당간당하게 남아 있는 재료들은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아쉬운 채 지내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살면서 잘 먹고 잘 자는 게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생각해 보면, 일에 치어 지냈던 지난 2년간 가장 소홀했던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었으니까... 어쩌면 지금은 그 때에 대한 AS기간인지도... 식단을 바꿔가며 식사를 챙기는 일이 힘들지 않은 것은 이런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값비싼 것을 준비하진 못해도, 우동도 만들고 팝콘도 튀기고 감자튀김도 만들고 하며 아이가 원하는 것들을 만들어 먹이고, 아이의 응석을 들어줄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고맙고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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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난 후부터 내내 편두통이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막 시작될 무렵에도 한 번 그렇게 편두통이 세게 오더니, 오늘이 두 번째다. 오한도 있는 것 같아 열을 재어보니 36.8도. 다행이라는 마음과 함께 '그렇담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스트레스때문일 거다. 이번 주에 동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달아 나왔다. 이 작은 동네에서 확진자라니... 구청에 올라온 자료를 보니 동선은 계속 확인 중...ㅠㅠ 일 주일에 한 번, 그것도 적어간 품목만 사서 재빨리 돌아오는 장 보기 길에 스쳐 지나간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서 혼자 조용히 심란했었다. 오늘의 편두통은 아마 그 결과가 아닐까 싶었다. 

올해 들어 타이레놀을 안 먹으려고 애쓰는 중이라 오늘도 역시 타이레놀은 안 먹고 버텼다. 혈자리에 자극용 자석도 붙여보고, 조금 전에는 머리도 감았다. 머리가 아플 때 머리를 감고 자연 건조를 하고 있으면 머리에 혈액순환이 잘 되어서 두통이 가시는 경우도 있어서 종종 해 보는 방법이다. 오늘은 거기에다가 뜨거운 생강물도 곁들였다. 편두통에 오한, 콧물 등 증상을 볼 때 감기가 오나 싶기도 해서다. 머그 가득 뜨거운 물을 붓고 편으로 썰어 냉동해 둔 생강 몇 조각을 넣어 우리면 생강의 향은 그대로 나되 알싸하고 매운 맛은 덜한 부드러운 생강물이 된다. 단 맛을 안 좋아하는 나는 생강차보다 이게 훨씬 마시기 편하다. 생강이 천연항생제라고 하니, 혹시라도 내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있다면 그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루종일 편두통에 시달린 이런 날에는 잠도 일찍 자야 한다. 따뜻하게 푹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개운해질 거야,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얼른 자야겠다. 자는 동안에도 편두통 때문에 괴로워 하는 그런 밤은 아니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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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침부터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내다 보니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집이 이사 가는지 사다리차로 짐들이 연이어 내려오고 있었다. 이 난리 중에 이사를 진행해야 하는 마음은 어떨지, 보는 것만으로도 심란했다. 그러더니 오늘은 이사 들어오는 소리로 또 오후 내내 시끄러웠다. 짐이 많은지 해가 진 뒤까지 오랫동안 사다리차 소리가 이어졌다. 하필 집 바로 옆에서 벌어진 일이라 소음이 큰 데다가 시간도 너무 길어지니 나중엔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든 생각이 '그래 이런 게 일상이지.'였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그로 인해 화도 나고, 그래도 어쨌든 시간이 지나 해결이 되고... 그런 게 일상이었지.' 하는... 

TV에서 새롭게 시작된 '유퀴즈' 제 47화 Warriors를 보고 있는데, 저절로 눈물이 난다. 직시하고 싶지 않아서 마음 깊이 묻어두었던 것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의 위급함, 끝날 듯 끝날 듯하면서도 끝나지 않는 이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내가 지켜야 할 사람에 대한 절박함 이런 것들...

이번 주부터는 정신건강을 위해 뉴스는 하루에 두 번만 본다. 일부러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밝은 감정을 가져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이 몽긍몽글해질 드라마를 찾아서 보고 있다. 버텨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먹는 양이 줄어 반찬이라도 이것저것 연이어 새로 만들며 영양가 있는 식단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커피도 맛 때문이 아닌 양으로 먹는 것 중 하나였는지 입맛이 없어지니 아침에 정신 차리기 위한 한 잔만 마시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줄커피를 마시고 살았었는데... 타투 스티커는 하루만에 지워졌다. 반찬을 만드느라 불 위에 손이 몇 번 왔다갔다 하면서 녹은 것 같았다. 다음에 다시 하면 되지. 표고버섯을 가위로 다듬다가 왼쪽 손가락 끝부분을 아주 조금 자른 사건도 있었다. 피가 많이 났지만 정말 아주 조금 잘린 거라 이 시기에 병원에 가야 하나 하는 심란한 고민은 오래 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아프다...ㅠㅠ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다. 이전과 같은 패턴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많은 것이 이전과 달라진 나날을 살고 있다. 

콜센터 감염 사태를 보면서는 과연 이 상황의 마침표가 있긴 할까 하는 생각에 답답해졌다. 하지만 이 또한 현재의 일상이다. 그러니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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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의 다락방 일기  (0)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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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집순이라고 해도 일 주일에 한 번은 나가야 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배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오늘은 마침 주민센터에 들러야 하는 일도 있어 제법 걸었기에 일 주일만에 거리 구경도 했다. 확실히 어린이나 청소년은 안 보였지만, 큰 커피숍엔 마스크 안 한 채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어른들이 보였다. 흠...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가급적 인적이 드문 길을 택해 걸었고, 바깥에 있던 내내 마스크와 장갑을 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얼른 이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 내가 어떤 피해를 입기도 싫고 남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기도 싫기 때문이다.

집에서만 보내는 나날이 재미 없긴 했나 보다. 가끔씩 보며 키득거릴 요량으로 타투스티커를 샀다. 내가 이런 걸 하고 다닐 수 있을까 조금 두근거리긴 했으나 설명을 읽어보니 어렸을 때 곧잘 하던 판박이가 아닌가. '오호~ 그렇담...?'하며 잘 되나 작은 것으로 먼저 해 봤다. 아~주 잘 된다. 이제 지워질 때까지 보고 즐길 일만 남았다. 오늘의 재미있는 일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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